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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25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

라이브러리 Library/영화 Movie 2018.10.25 12:25 Posted by 글 쓰는 변호사A

개봉한 해에 봤다면 두말없이 올해의 영화로 꼽았을 듯. 이야기의 힘, 영상, 음향. 허투루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잘 압착된 고농도 고밀도 작품이다. 흡입력과 몰입감이 대단하다. 과장을 좀 보태서 주변 산소 농도가 옅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 포스터만 보고 <나르코스>와 비슷한 영화려나 생각했는데, 완전 딴‘판’이었다. (‘메데인 카르텔’이 언급되므로 배경이 겹치기는 한다.)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의 작전 현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그 이후에도 그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에 마치 그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배후의 더 큰 이야기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 빤한 수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효과적이었다. 결국 그는 더 큰 이야기의 중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에 머무른다. 그와 동일시 되는 관객 또한 마찬가지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몰랐던 참혹한 세계 또는 세계의 이면을 당혹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케이트’의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들을 바라보던 관객의 눈빛이 꼭 그러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무력감’이다. 내가 주인공인 줄 알고 살았는데 고작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떠한 희망도 보이질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녕 아무 것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의 바로 그 느낌. 내가 지켜온 법규와 원칙은 더 큰 ‘판’의 법규와 원칙 밑에서 무력해진다. 지금의 나로선 그게 맞는지 틀린지 판단조차 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나는 총을 겨누고도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당길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당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결국 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가족, 특히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극히 드물다. 딱 세 명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그들이 화면에 등장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그들에게 닥칠 것이 불행 밖에 없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한 아이는 아버지를 잃고, 나머지 두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죽는다. 그밖에 가족, 아이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것은 작전 투입 여부를 정할 때 뿐이다(“결혼했나? 아이가 있나?”). 이 영화에서 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그건 이 영화의 배경 때문에 그렇다. 전쟁터 같다고? 글쎄,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꽃핀다고 하지 않던가. 지옥에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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