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제3화. (참고: 제1화, 제2화)  

초인기작 ⟪츠노히메사마⟫의 담당편집자가 된 ‘쿠로사와’와 그의 옆자리에서 앉아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편집자 ‘미부 헤이타’(아라카와 요시요시) 둘이서 에피소드를 이끈다. 두 사람의 공통 이슈는 편집자로서 만화가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해법을 미리 밝히자면 그것은 독자. 처음도, 끝도 독자. (처음도, 끝도 고객!)

‘쿠로사와’는 담당편집자가 되어 연재분 마지막에 들어갈 카피 문구 고민에 직면한다. 이 카피는 편집자가 작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 이 메세지를 쓰는 것도 편집자의 일. 그는 여기서도 직진한다. 옆자리 선배 편집자인 ‘미부’를 다그치며 그에게서 카피 짜내는 기술을 배우고자 한다. (어이, 어이, 선생님을 잘못 고른 것 아닙니까?)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진다. 자신이 담당하는 ⟪츠노히메사마⟫의 만화가 ‘타카하타 잇슨’이 멘탈 문제로 퀄리티 난조를 보이는 것. 다음주 연재분의 콘티가 주인공 독백이 많고 전개가 지지부진. 한마디로 따분했다. ‘쿠로사와’는 곧장 ‘타카하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지만, ‘타카하타’는 역시 신입 편집자라서 뭘 모른다며. 단지 강약 조절일 뿐이라고. 자신은 이렇게 해서 10년을 연재한 것이라며. 윽박지르기에 가까운 변명을 한다.

‘쿠로사와’ 이전까지 ‘타카하타’를 담당하였던 부편집장 ‘이오키베’(오다기리 죠)는 ‘쿠로사와’에게 묻는다. 이 콘티를 받아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고. 답을 주저하는 ‘쿠로사와’에게 명대사 시전.

“우리 편집자가 누구한테 월급 받는 거 같아? (쿠로사와: 회사?) 독자야.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작품을 가장 높은 퀄리티로 끌어 올린다.
네가 그걸 하지 않으면 무얼 위해 여기 있는 거지?”

결국 ‘쿠로사와’는 이 콘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 만화가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카피 문구’를 통해서. (결국 편집장의 승인에 따라 카피 문구가 수정되는데, 이 수정 작업의 각 단계를 세심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눈여겨 볼만하다. 각 단계별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수정 요청을 접수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다시 디자이너에게 가서 수정 요청의 내용을 전달한다. 단순히 전화 한 통으로만 묘사할 수도 있는 단계를 굳이 이렇게 보여줬다. 이런 ‘과정 보여주기’를 통해 주간 만화 잡지 한 권이 만들어지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수 많은 단계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정된 카피 문구가 출력된 견본을 들고 ‘타카하타’의 집에 도착한 ‘쿠로사와’. 콘티 수정을 대차게 요구하지만, ‘타카하타’는 완강히 거부한다. ‘쿠로사와’는 이런 말을 한다.

“지금의 콘티로는 독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할 수 없어요!
저도 얼마 전까지 독자였으니까요.
작품을 지키는 게 선생님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 콘티를 내놓는다면 독자들은 실망할 겁니다.”

(격렬한 대립 끝에 ‘쿠로사와’는 홀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쿠로사와’가 던진 회심의 승부수는 과연 먹혀들 것인가?)

이 사람이 ‘미부’.

이 에피소드의 또 하나의 주인공 ‘미부’가 처한 상황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작품이 독자 앙케이트에서 꽤 오랜기간 연속 꼴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집장은 좀 더 분발하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부’는 이를 무시한다. 독자에게 아부할 필요 없이, 만화가와 편집자가 2인3각으로 합심하면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지론을 홀로 간직한 채. (문제는 그 만화가와 2인3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다.) 상황은 매주 더 심각해지고 결국 연재중단. 이대로는 잡지에 실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된다. 담당 만화가와의 사이가 뒤틀리게 되는 것도 당연. 만화가는 ‘미부’에게 자신이 계속 만화를 그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한다.

‘미부’는 신작 아이디어까지 짜내서 프리젠테이션을 해보지만, 만화가는 그냥 꺼지라고 말한다. 낙담한 ‘미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본가에서 짐을 찾아가라는 어머니의 전화였다. 그 짐이란 다름 아닌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이 없던 어린 시절 ‘미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주간 만화 잡지 모음. 그 잡지들을 하나씩 펼쳐보던 ‘미부’는 잡지 중간에 붙어 있는 독자엽서에 눈이 머무른다. 우표값이 아까워 부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의견이 독자엽서에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독자 앙케이트는 어쩌면 독자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라는 것. (이 대목에서 나도 향수에 젖었다. 주간 만화 잡지, 월간 게임 잡지를 많이 샀지만 한 번도 독자엽서를 보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독자엽서의 빈 칸은 열심히 채웠다.)

결국 ‘미부’는 그간 무시했던 독자 앙케이트 결과를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자신이 담당했던 만화에 대한 독자 의견을 꼼꼼히 정리하여 만화가에게 발표한다. 왜 우리 만화는 인기가 없었는가. 매우 냉정한 분석이었다. 발표 이후 만화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안타까운 결과는 모두 편집자 자신의 탓이라고. 자신은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이 만화를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편집자인 자신은 만화가의 작품이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될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미부’의 진심이 담긴 발표는 만화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만화가에게는 독자라는 튜브가 필요하다.
그 튜브를 건네주는 게 나의 일이다.
두 번 다시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만화가를 위해서도.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서도.”

재능 있는 만화가를 발탁, 연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편집자가 갑의 위치에 있을 것 같지만, 연재를 시작한 이상, 만화가로부터 매주 제때 작품과 콘티를 받지 못한다면 책이 나올 수 없게 되고, 게다가 어떤 작품이 10년 가까이 연재되어 어엿한 간판작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면, 오히려 만화가가 갑 또는 슈퍼갑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게 아닐까. 이 드라마에서도 편집자들은 만화가를 진심을 다해 예우한다. 매주 끝이 없는 마라톤을 이어가는 만화가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렇지만, 그런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의 교훈이랄까. 

편집자는 작가의 초고를 가장 먼저 받아보는 제1독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한다. 제1독자는 독자가 아니다. 독자와 작가의 사이에 있는 사람이다. 즉, 다리이다. 작가는 편집자라는 다리를 통해 독자와 연결된다. 자신의 작품을 좀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책의 서문에 편집자에 대한 감사 인사를 넣는 것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제1독자로서 함께 내용을 발전시켰고,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1독자로서 작가와 독자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 가장 중요한 ‘편집자의 일’이다.

⟨중쇄를 찍자!⟩ 제1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연달아 제2화, 제3화를 보았다. (휴일은 좋은 겁니다, 여러분.)


먼저, 제2화.

제1화에서 아주 잠깐 등장했던 만화 영업부에서 ⟪바이브스⟫를 담당하고 있는 사원 “유령” ‘코이즈미 준’(서강준사카구치 켄타로)가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만화를 즐기는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만화 영업이라는 일이 무슨 가치를 지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그 생각이 곧 행동으로 이어져 영업 접점인 서점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한다. 그래서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코이즈미’는 몇 년째 부서 이동 신청서를 내고 있다. 그런데 영업부장이 “정보지 편집부로 가서 무슨 기획을 어떤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인가?”하고 단도직입 물어도 딱히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보지 편집 업무에 또 대단한 소명의식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닌 듯 하다. 단지, 만화 영업은 본인과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일 뿐.

이때 영업부장 ‘오카 에이지’(나마세 카츠히사)가 명대사를 시전한다. “본인의 위치를 모르는 녀석은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이 대사를 듣고 머리를 얻어 맞은 듯 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는가. 그걸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서 갈 수 있는 곳이란 대체 어디일까. 그 어딘가에서는 나는 또 누구일 것이며, 나는 또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이 “유령” ‘코이즈미’에게 새로운 일이 떨어진다. ⟪민들레 철도⟫라는 작품의 판매부수가 뒤늦게 올라가고 있었던 것. 숫자를 살펴보던 영업부장은 담당직원인 ‘코이즈미’에게 그 원인을 아느냐고 묻는다. 관심이 없으니 알 턱이 있나. 영업부의 다른 직원들이 최근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이 재미있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뒷심을 좀 받은 것 같다고 설명한다. 때마침 다음 달 단행본 제3권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 영업부장 ‘오카’의 눈이 반짝인다. 직접 ⟪민들레 철도⟫ 단행본 1, 2권을 읽어본 그는 감명을 받는다. (이 부분도 좋았다.) ‘오카’는 영업부 직원을 불러 모은다. 다음 달 ⟪민들레 철도⟫ 제3권의 발매에 맞춰 전국 서점 전시 이벤트를 기획하고 영업부 전체가 푸쉬하자고 선언한다. 이 업무에 편집부 ‘쿠로사와’가 합류하면서 ‘코이즈미’와 짝을 이루게 된다.

이후의 전개를 예상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쿠로사와’와 ‘코이즈미’가 함께 맡은 업무는 직접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전시 이벤트 협조를 요청하는 것. 잔뜩 기합이 든 ‘쿠로사와’의 넘치는 활력으로 영업 판촉 활동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고, 이를 지켜보던 의욕 제로의 ‘코이즈미’가 점점 그 에너지에 물들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되어 적극적인 영업맨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이즈미’는 ‘쿠로사와’의 아이디어를 적극 차용해 만화 코너를 넘어 철도, 여행 코너에도 ⟪민들레 철도⟫를 진열하는 홍보 방안을 주장한다. 평소 만화 코너에 가지 않는 독자층 가운데 분명 이 작품을 좋아해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요즘 말로 하면 표면적인 주제 분류를 따르는 것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중심 분류로 는 진열되도록 하자는 것이랄까. 이 홍보 방안이 영업부장에게 채택되고 ‘코이즈미’는 이 방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점과의 교섭을 맡게 된다. 이 전술이 적중한 덕에 단행본 판매는 호조. TV에 소개되기에 이른다.

이때 영업부장 ‘오카’는 ‘코이즈미’에게 자신의 업무수첩(일명 비밀노트)를 보여준다. 이 업무수첩에는 각 서점 만화 담당자들의 프로필, 취미 같은 것이 적혀있다. 감탄하며 수첩을 넘겨보는 ‘코이즈미’에게 또 한 번 명대사 시전.

“우리가 파는 건 책이지만 상대하는 건 사람이야.
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마. 우리의 마음을 그분들이 받아 손님들에게 전해주시는 거다.
만화가 재미있다고 해서 꼭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혼자 팔리는 작품은 없어.
팔린 작품 뒤에는 반드시 그 작품을 판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가 파는 거야.”

제대로 자극을 받은 ‘코이즈미’는 원거리에 있는 서점들에 보낼 편지 인사말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작성한다. ‘민들레’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 스티커도 준비한다. (이걸 골라준 센스 있는 사람은 물론 ‘쿠로사와’.) 이때의 독백. “입사한 지 3년. 그동안 나는 뭘 했던 걸까. 열심히 하자.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난 평생 유령인 채 살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공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어쩐지 겉돌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말이었다. 울림이 있었다.

이번 화는 만화가의 손을 떠난 작품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서점을 통해 독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 특히 ‘영업’이라 불리는 활동의 특성을 담아냈다. 영업부서 탈출을 꿈꾸던 ‘코이즈미’가 내적 변화를 일으키며 적극적인 영업 사원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쫓는다. 좋은 만화가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만화가와 영업부서 사이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일 역시 ‘편집자의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글이 길어져서, 제3화는 다음에.

⟨중쇄를 찍자!⟩ 제1화는 어린시절 유도 만화를 읽고 유도 선수가 되기로 결심, 대학까지 쭉 유도만 하던 ‘쿠로사와 코코로’(쿠로키 하루)가 주간 코믹지 ⟪바이브스⟫ 편집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고, ‘드래곤’ 시리즈로 30년간 주간지 연재를 이어오던 거장 만화가 ‘미쿠라야마 류’(코히나타 후미요)가 돌연 연재 중단을 선언하여 편집부가 발칵 뒤집히는 이야기를 다룬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대책 없이 밝고 명랑하고 활기와 박력이 넘치는 신입사원 “새끼곰” ‘쿠로사와’의 매력이 한껏 묻어남과 동시에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첫 여정이 담긴 에피소드다. 첫 장면, 그가 면접에 임하며 했던 독백이 인상적이다. 

“면접은 유도와 같다. 익숙해지면 보이기 시작한다. 상대방 마음의 움직임. 숨결. 상대가 숨을 뱉는 순간에 기술을 건다.”

그의 진면목을 대번에 알아본 사장님의 한마디 역시. “바둑 기사든 마작사든 스포츠 선수든 정말 강한 승부사는 모두 체축이 흔들리지 않아요. 그런 인간이 무운을 가지고 있죠. 우리 출판업계도 승부의 세계입니다.” (사장님, 면접 당일 청소부로 변장하신 건 아무래도 클리셰였어요.)

30년간 주간지 연재 마라톤을 이어 온 거장 만화가 ‘미쿠라야마 류’가 갑작스럽게 연재를 중단한 것은 그의 문하생 ‘칸바라’군이 그의 작품에 대한 인터넷 상의 뒷담화 — 주로, 작화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과 오랜 연재로 인해 한물 간 작품이라는 독설들 — 을 모아 팩스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충격이었을까. 충격이었겠지.

그러나 그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단순히 나빠지고 있는 그림에 대한 비난 때문이 아니었다. 

“그림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만화를 통해 계속 전하려고 했던, 인간은 소중하고 아름답고, 다정함이야말로 인간의 강함이라는 것. 그게 전혀 전해지지 않았어. 그들에게도… 계속 옆에 있었던 칸바라군에게도… 한심해.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해.”

실의에 빠져 집필을 중단한 거장 만화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막 입사한 막내이지만,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쿠로사와’는 신입사원 연수시절 연을 맺었던 서점에 들러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그가 만든 특설 매대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 ‘유레카 모멘트’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를 편집부에 알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스포츠 선수는 트레이닝을 매일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 강한 선수로 있기 위해 근력을 유지하는 노력을 쌓는다. 그런데도, 나이를 거스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늙어감에 따라 근력은 떨어져 간다.”라는 독백과 함께. 전혀 속도가 떨어지지 않은 채 바람을 가르며 뛰어가는 ‘쿠로사와’의 모습에 썩 잘 어울리는 대사였다.

‘쿠로사와’의 아이디어를 들고 만화가를 찾아간 부편집장 ‘이오키베 케이’(오다기리 죠)가 조근조근 진심을 전달하는 장면. 

“저를 포함한 편집부 전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선생님께 응석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훌륭한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시는 선생님께 저희는 경외심을 품으며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원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익숙해졌던 겁니다. 그렇게 집필을 그만두실 정도로 힘들어하고 계실 때 의논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힌트가 되는 대사였다. 힘을 쫙 뺀 연기가 일품이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계획된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고 다시 한 번 인쇄에 돌입하는 일은 여러모로 기쁜 일일 것이다. 출판인에게 ‘중판’(重版)이란 승소, 재계약, 계약 연장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자신의 능력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니. 또, 자신이 좋다고 여기는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참고로, 극중 편집부 직원들이 저녁을 먹은 식당 이름도 ‘중판’(重版)이었다. 우리는 ‘중판’이나 ‘중쇄’(重刷)보다는 ‘증쇄’(增刷)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지만.


이걸 보려고 왓챠플레이에 가입했다. 가입 첫 한 달은 무료 이용이라는 은혜로운 프로모션. 가입 단계에서 기존 작품에 대한 별점 평가를 하면 나의 취향을 분석해준다기에 10개 정도만 하면 되려나 했더니 개수가 쌓일수록 상태메시지가 달라지더라. 「이왕 하는 김에 100개를 채웁시다」라는 둥. 그래서 하다보니 299개를 했는데, 역시 이왕 하는 김에 300개를 채우려고 해도 정말 10분 가까이 스크롤만 내렸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작품들만 나오길래 이쯤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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