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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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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영화 ⟨그린 북⟩ (Green Book, 2018) 개봉관에서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스크린 아래에 횡 스크롤 바가 없어서 기분이 묘했다. 토요일 오전 영화관은 한산했고, 영화에 집중하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여건이었다.호평이 많았기에 보기 전부터 기대를 했고, 역시 만족스러웠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게 다 들어 있는 영화였다. 피아노, 여행, 우정, 화해, 가족애, 편지 그리고 아라곤(아라고른 2세).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이른바 ‘소수자 영화’로 분류되는 모양인데, 이 영화는 작품성은 물론이고 대중성도 놓치지 않았다. ‘덤 앤 더머’ 시리즈를 만들었던 피터 패럴리 감독이 ‘버디 무비란 이런 것이다’하고 제대로 보여준다.‘그린 북’(Green Book)은 인종차별이 심하던 미국에서 흑인들이 여행을 할 때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
개가 묻는다, 삶의 목적이 무어냐고, 베일리 어게인 (A Dog’s Purpose, 2017) “모든 애견인들의 염원(念願)을 담은 판타지” — 어느 평론가의 평이다. 잠깐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이 영화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나은 표현을 찾기는 어려웠다. 모든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던져진 한 마리의 개가 있다. 이 개는 태어나자마자 죽게 되는데, 곧장 다른 개로 환생한다. 이 과정을 겪어도 ‘정체성’은 또렷이 유지된다는 설정이다. 왜? 어떻게? 그냥 ‘설정’이다. (그래서 ‘판타지’라는 얘기다.) 한 번은 레트리버로 태어났다. 차 안에 갇혀 탈수로 죽을 뻔했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이든”이라는 소년 덕분에 살아난다. 그리고 길러진다. 그로부터 “베일리”라는 이름을 얻고, “이든”의 곁에서 그의 모든 성장 과정을 함께 한다. 개의 수명은 인간의 그것에 비하면 짧다. “베일리”는 “이든”의 냄새..
청춘, 이불킥의 나날들, 돌아보면 그리울, 레이디 버드 (Lady Bird, 2017) ‘레이디 버드’는 ‘크리스틴’(시얼샤 로넌Saoirse Ronan)이 직접 지은 자신의 이름이다. 부모 품을 떠나 멋진 동네로 훨훨 날아가고픈 소망을 꾹 눌러담은 작명이랄까. 초등학교 때였나. 처음으로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 때가 떠오른다.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이 아닌 나를 지칭할 새 단어를 찾아야 했던 그 짧은 순간의 묘한 설렘이 기억난다. 어떻게든 멋진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 영어사전을 뒤적였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무거운 질문에 나는 무엇이다, 라고 과감한 답을 내밀 수 있는 무모한 용기.그래도 그 이메일 아이디를 실제 생활에서까지 “안녕. 나는 ⃝⃝이야.”라고 하면서 말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라고 생각하지 않나, 보통?그러나,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는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