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란 ‘문제’(P for Problem)-‘해결’(S for Solution)이다.”

이 2형식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전부입니다. 정말 단순하죠?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이 단순한 문장 속에 어떤 깊이가 느껴집니다. 책을 통해 저자의 내공을 맛봤기 때문이죠.

기획

저자가 말하는 기획은 ‘기회’ + ‘ㄱ’ 입니다. 말장난같죠? 그런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이 ‘ㄱ’에서 인간의 관점을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본질적인 것만 남기는 단순함의 미학을 발휘하는 것이죠.

문제

현상(Phenomenon)을 관찰하여 문제(Problem)의 본질을 찾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 규정이야말로 기획 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자 창의력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전체 과정이 100이라면 이 과정이 75는 되어야 합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문제를 찾는 6가지 월리」(원리가 아니고 Wally입니다. “Where's Wally?”)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해결

저자는 해결의 주요 코드로 ‘낯섦’(strange)과 ‘공감’(sympathy)을 이야기 합니다. 빅아이디어란 전혀 새로운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 살짝 낯설면서 공감이 가는 것이라는 얘깁니다.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을 ‘발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되는 것’을 ‘연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문제 규정이 중요합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연상 방법’ 중 하나는 ‘훔치기’(Steal) 입니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티 안나게 훔치는 기술」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구성과 편집도 정말 재밌습니다. 그래서 한 번 쥐면 쉽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재밌는 책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기획’이 주업무가 아닌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기획이란 일상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니까요.

기획은 2형식이다 - 10점
남충식 지음/휴먼큐브


기획자의 습관을 쓴 최장순의 전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좀 더 좋았다. 저자가 자신의 컨셉 도출 방법론을 설명해주고, 자신이 진행했던 실제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케이스 스터디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다 실무적이고, 그래서 유익했다.


저자는 자신의 브랜드 컨셉 도출 방법론/프로세스를 ‘BEAT’라는 것으로 도식화한다. 


BEAT란,

- Business Definition 업의 본질 정의

- Experiential Problem 고객 경험상 문제점

- Actual Solution 실질적 해결 방안

- Thrilling Concept 전율을 일으킬 컨셉

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T’는 약간 억지스럽다.)


참신한 해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문제 설정에 힘을 쏟으라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문제 설정이 ‘업의 본질’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제 아무리 빛나는 문제-해결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업의 본질’과 관련성이 적으면 확산성과 파급력이 약하다. 주객이 전도될 위험이 있다. 내・외부를 설득하기 어렵다. 할 ‘이유’가 없다.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구마몬’을 만든 미즈노 마나부(水野学)는 브랜드를 “‘~다움’이다. 그 기업이나 상품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가치관이나 의미를 담고 있는 특유의 매력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이나 상품은 ‘업의 본질’에 맞는 “어울리는 옷”을 입을 때 빛나고, 그 고유의 멋을 찾아주는 것이 브랜딩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일맥상통하는 말들이다. 그렇다면, ‘본질’은 어떻게 발견 또는 이끌어낼 수 있을까. 역시 두 사람 모두 무지막지한 리서치, 철저한 조사를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왜’를 물으며 숙고하고 성찰한다. 또 한 번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겸손한 자세이다. “이 정도면 되었을 거야” 같은 교만을 부려서는 안 된다(최장순). 시간과 지식을 있는 힘껏 다 쏟아 모든 것을 조사하고 생각하고 검증해서 “이제는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라고 여겨지는 제안을 해야만 한다(미즈노 마나부).


본질의 발견 - 8점
최장순 지음/틈새책방


브랜드 컨셉을 만들고 다듬는 일을 하는 저자가 자신의 업무 요령 같은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냈다.



세태가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권의 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가볍고 짧다. 중언부언을 피하는 저자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읽는이의 입장에서는 쓸데없이 길지 않아서 좋기는 했는데, 책을 집어 들자마자 끝나버린 듯한 아쉬움이 있다.


어떤 사물 또는 주제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구글 이미지 검색이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을 주로 한다는 대목은 참고할만 했다. 물론 그 이미지들을 보면서 키워드를 뽑아내고 연상 작업을 통해 새로운 ‘말’을 찾아내는 것은 온전히 기획자의 능력 또는 노력일 것이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고 한다. 직업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사람의 고백치고는 조금 의외였다. 그보다는 분야별로 바이블로 삼을 수 있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편이라고 한다. 괘씸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자신의 이 책을 분야별 바이블에 이름을 올릴 정도라고 자평하는지 궁금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철학적 개념이나 인문학적 담론에 대해서는 감탄이 나기보다는 이 맥락에 이것들이 나오는 게 맞는 건가, 적절한 건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들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잘 갖다 붙이는 것이 기획자의 핵심 역량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였다.


기획자의 습관 - 6점
최장순 지음/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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