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드웩이 쓴 『마인드셋』.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이 타고난 지능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귀가 솔깃하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위험한 이분법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과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까. 이 두 부류를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분야에 따라 마인드셋이 달라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양 극단에 위치한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마인드셋을 섞어서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증거들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이 학습과 성취에 좀 더 우호적이라는 실험 결과들이다. 어디까지나 간접적이다. 성공한 모든 사람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없고,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였다는 논거가 있지도 아니하다. 세상에 이름을 떨친 유명인들 역시 타고난 재능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의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마인드셋’을 바꾸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은 자칫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줘서 결국 이루어진다.”와 같은 해괴한 신비론적 주장으로 오인될 소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형편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혹시라도 그런 오해를 사지 않도록 저자는 ‘실행’의 중요성을 분명히 강조한다. 마인드셋만 갖고 있다고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고정 마인드셋’이 학습자의 학습 의욕을 꺾어버린다는 것은 우리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 ‘고정 마인드셋’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머리가 복잡하다.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부모 또는 교사로부터 주입된 것일까. 그래서 부모 또는 교사의 역할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설명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설령 전자라고 해도 그 마인드셋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기도 하다.

⟨중쇄를 찍자!⟩ 제1화는 어린시절 유도 만화를 읽고 유도 선수가 되기로 결심, 대학까지 쭉 유도만 하던 ‘쿠로사와 코코로’(쿠로키 하루)가 주간 코믹지 ⟪바이브스⟫ 편집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고, ‘드래곤’ 시리즈로 30년간 주간지 연재를 이어오던 거장 만화가 ‘미쿠라야마 류’(코히나타 후미요)가 돌연 연재 중단을 선언하여 편집부가 발칵 뒤집히는 이야기를 다룬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대책 없이 밝고 명랑하고 활기와 박력이 넘치는 신입사원 “새끼곰” ‘쿠로사와’의 매력이 한껏 묻어남과 동시에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첫 여정이 담긴 에피소드다. 첫 장면, 그가 면접에 임하며 했던 독백이 인상적이다. 

“면접은 유도와 같다. 익숙해지면 보이기 시작한다. 상대방 마음의 움직임. 숨결. 상대가 숨을 뱉는 순간에 기술을 건다.”

그의 진면목을 대번에 알아본 사장님의 한마디 역시. “바둑 기사든 마작사든 스포츠 선수든 정말 강한 승부사는 모두 체축이 흔들리지 않아요. 그런 인간이 무운을 가지고 있죠. 우리 출판업계도 승부의 세계입니다.” (사장님, 면접 당일 청소부로 변장하신 건 아무래도 클리셰였어요.)

30년간 주간지 연재 마라톤을 이어 온 거장 만화가 ‘미쿠라야마 류’가 갑작스럽게 연재를 중단한 것은 그의 문하생 ‘칸바라’군이 그의 작품에 대한 인터넷 상의 뒷담화 — 주로, 작화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과 오랜 연재로 인해 한물 간 작품이라는 독설들 — 을 모아 팩스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충격이었을까. 충격이었겠지.

그러나 그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단순히 나빠지고 있는 그림에 대한 비난 때문이 아니었다. 

“그림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만화를 통해 계속 전하려고 했던, 인간은 소중하고 아름답고, 다정함이야말로 인간의 강함이라는 것. 그게 전혀 전해지지 않았어. 그들에게도… 계속 옆에 있었던 칸바라군에게도… 한심해.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해.”

실의에 빠져 집필을 중단한 거장 만화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막 입사한 막내이지만,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쿠로사와’는 신입사원 연수시절 연을 맺었던 서점에 들러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그가 만든 특설 매대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 ‘유레카 모멘트’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를 편집부에 알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스포츠 선수는 트레이닝을 매일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 강한 선수로 있기 위해 근력을 유지하는 노력을 쌓는다. 그런데도, 나이를 거스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늙어감에 따라 근력은 떨어져 간다.”라는 독백과 함께. 전혀 속도가 떨어지지 않은 채 바람을 가르며 뛰어가는 ‘쿠로사와’의 모습에 썩 잘 어울리는 대사였다.

‘쿠로사와’의 아이디어를 들고 만화가를 찾아간 부편집장 ‘이오키베 케이’(오다기리 죠)가 조근조근 진심을 전달하는 장면. 

“저를 포함한 편집부 전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선생님께 응석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훌륭한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시는 선생님께 저희는 경외심을 품으며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원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익숙해졌던 겁니다. 그렇게 집필을 그만두실 정도로 힘들어하고 계실 때 의논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힌트가 되는 대사였다. 힘을 쫙 뺀 연기가 일품이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계획된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고 다시 한 번 인쇄에 돌입하는 일은 여러모로 기쁜 일일 것이다. 출판인에게 ‘중판’(重版)이란 승소, 재계약, 계약 연장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자신의 능력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니. 또, 자신이 좋다고 여기는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참고로, 극중 편집부 직원들이 저녁을 먹은 식당 이름도 ‘중판’(重版)이었다. 우리는 ‘중판’이나 ‘중쇄’(重刷)보다는 ‘증쇄’(增刷)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지만.


이걸 보려고 왓챠플레이에 가입했다. 가입 첫 한 달은 무료 이용이라는 은혜로운 프로모션. 가입 단계에서 기존 작품에 대한 별점 평가를 하면 나의 취향을 분석해준다기에 10개 정도만 하면 되려나 했더니 개수가 쌓일수록 상태메시지가 달라지더라. 「이왕 하는 김에 100개를 채웁시다」라는 둥. 그래서 하다보니 299개를 했는데, 역시 이왕 하는 김에 300개를 채우려고 해도 정말 10분 가까이 스크롤만 내렸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작품들만 나오길래 이쯤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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