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젊은 마케터 네 사람의 일, 영감 그리고 취향에 관한 이야기. 왠지 비슷할 것 같은 네 사람의 공통점 만큼이나 차이점이 많아서 신기하다.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궁금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획물. 다만,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허무한 결론. 

빛나는 커리어를 쌓아올린 이들의 회고적 무용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사람들의 고민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글이라서 좋았다.

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블로그 운영을 추천합니다

블로그가 마케팅을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어요. 우선 블로그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과 채널에 대해 공부하게 돼요. 또 콘텐츠 기획, 검색엔진에 대한 최적화, 방문자 분석, 재방문 유도, 통계 보는 법, 방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해서도 고민하게 되죠. 여기에 블로그를 성실하게 관리하며 끈기까지 기를 수 있어요. 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서 “마케팅을 위해 지금 당장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럴 때면 저는 항상 “블로그를 운영해보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이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희, 이 책, 45~46쪽)

마케터의 세 가지 미덕은 관찰, 피드백 흡수, 인간에 대한 이해 입니다

센스는 관찰입니다. 어떤 대상을 사랑하면 관찰력이 키워집니다. 마케터라면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사랑하고, 브랜드의 대상도 애정을 갖고 관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양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방법은 하나예요. 물어보고 또 물어봤습니다. 일을 할 때마다 결과물이 어떤지 주변 사람들에게 무수히 물어봤어요. 잘하는 사람들은 이미 어떤 경지에 도달했고, 누구보다 자기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잘하는 사람들 옆에 계속 있으세요. 그렇게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양이 차고 넘쳐야 합니다. 그것이 곧 피드백입니다. 계속 흡수하다 보면 보는 눈이 점차 생긴다고 믿습니다.

세상 만물과 사람에 대해 관심을 쏟는 일은 마케터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 같습니다. (이승희, 이 책, 48~50쪽)

마케터에게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다니는 디자이너는 많아도 포트폴리오를 갖고 다니는 마케터는 드물었거든요. 포트폴리오를 가방에서 꺼낼 때, 저는 일종의 치트키를 쓰는 기분이 들어요. 여러분도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한번 만들어보세요. 자기 일을 스스로 되돌아보며 정리해볼 수 있고, 깔끔하게 하나의 파일로 완성된 포트폴리오는 그 자체만으로 성취감을 높여줍니다. (정혜윤, 이 책, 66~68쪽)

캠페인 진행 시 마케터들이 지켜야 할 세 가지 사항

첫째, 다른 사람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리포트를 작성할 것. 둘째,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전체 일정을 공유하고 진행할 것. 셋째, 모든 작업물은 구글 드라이브에 공유할 것. 계획을 세울 때는 항상 ‘사전 작업 - 이벤트 당일 - 후속 작업’ 순서로 시간표를 짜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펼쳐서 생각합니다. (이승희, 이 책, 241쪽)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의 종류

  • 온라인 : 웹사이트, 온라인 광고 블로그, 뉴스레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 오프라인 : 이벤트, 전시, 공연, 강연, 콘퍼런스, 굿즈, 브로슈어 등 인쇄물 제작
  • PR : 보도자료 배포, 기획기사, 인터뷰
  • 함께 : 내부 - 브랜드 내재화, 사내문화 / 외부 - 프로젝트, 콘텐츠 협업
(정혜윤, 이 책, 256쪽)

마케터가 일하기에 앞서 던져야 할 질문

우리는 누구고 이 일을 왜 하지? 내 이야기를 듣고 행동할 사람은 누구지? 무엇을 만들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모아놓고 봤을 때 갖고 싶게 만드는 겁니다.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합쳐졌을 때 더 매력 있어 보이도록. (정혜윤, 이 책, 256~257쪽)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 구성 차트

  • 영감 전달하기 (Inspire) : 여행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 연결하기 (Connect) : 각자의 취향과 연결된 구체적인 메시지 전달하기
  • 참여시키기 (Empower) : 자신에게 맞는 여행 경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에어비앤비 사용자 참여시키기

(손하빈, 이 책, 281쪽)


‘책’을 주제로 한 모든 공간들을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가봤던 곳들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Eternal Journey”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너무 거창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아난티 코브의 태그라인 “A Spirit of Journey”를 확인하고는 꽤 괜찮은 네이밍이라고 수긍했고, “Soul Clinic of Ananti”라는 설명도 괜찮았다.

주제별 서가는 물론 주제별 매대도 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가 없이 매우 세심하게 기획된 느낌을 받았다. 기획자의 편집력이 한껏 발휘된 결과물을 둘러보며 즐거웠다.

“완역본” 옆에 “진짜의 힘”이라고 써붙인 것이나 “핑크” 책들, “서울-부산 KTX 소요시간 2시간30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책 모음” 같은 것들,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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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704-1 | 이터널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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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버(Uber)의 브랜드 리뉴얼 케이스을 보면서 ‘브랜드’와 ‘디자인’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 하기사 언어적, 시각적 표현 수단인 디자인을 빼놓고 브랜드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책은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어 브랜드의 본질, 필수 구성요소, 브랜드 전략, 디자인 프로세스, 리서치, 분석, 컨셉 개발을 설명한다.

대학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저자가 디자이너 또는 디자이너 지망생을 위해 썼다. 뒤로 갈수록 실무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겨야 할 입장에서도 참고하면 유익한 것들이다.

원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만들기 - 디자이너를 위한 가이드»(Creating A Brand Identity: A Guide For Designers)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을 정확히 담아낸 군더더기 없는 네이밍이다.

제7장 컨셉 개발에서 소개된 영감을 찾는 법을 아래에 옮겨둔다:

  • 구경하기 - 남들의 창작 세계. ‘잡동사니 수집가’ 접근법.
  • 묻기 -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하고 사색적인 사람들을 모은다.
  • 배우기 - 타깃 오디언스가 사는 세계로 직접 들어가서 그들에게 감정이입.
  • 팀워크.
  • 음악(브랜드의 ‘감성’과 통하는) 감상.
  • 평가하기 - 본 것과 수집한 것을 분석. 그것들이 내게 영감으로 다가온 이유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되새김질 한다. 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한다. 각각의 이미지에 숨은 뜻을 캐고 주석을 다는 작업은 영감의 대상을 해체해서 제대로 알아보게 한다. 생각 되새김질 없는 스케치북은 그저 시작 자료의 의미 없는 모음일 뿐이다.
  • 몽상. 쉬어간다. 무위의 세계로 간다.
  • 항상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닌다.
  • 영감을 주는 이미지들을 바로바로 채집한다.
  • 무조건 시작하고 보는 것도 착상에 매우 효과적이다.
  • 영감을 찾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접어두자. (p.257~257)
브랜드 디자인 - 6점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 지음, 이재경 옮김/홍디자인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꽤 도발적이지만 매우 상식적입니다: “기업이 꼭 착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을 조금 풀어서 써보면, “기업이 법 잘 지키고 이익만 잘 내면 그로써 '사회적 가치’를 다한 것이지, 기부를 포함한 사회공헌사업 — 이 책에서는 ‘착한사업’이라고 표현합니다 — 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매우 당위적이거나(“기업은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 계산적일 것입니다(“착한기업이 이익도 잘 낼 수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기업이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는 주장의 당위성을 의심합니다. 그리고, 착한기업이 이익도 잘 낼 수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부족한 환상(이른바, ‘착한기업론’)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착한기업론’이 조만간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첫째, 기업의 ‘착한사업’들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둘째, 기업의 ‘착한사업’들이 여전히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돌이켜보면, 착한사업들이 정작 기업을 위기 상황(이슈)에서 구하는 역할을 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착한사업들의 존재 이유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다고요. 만약 누군가 착한사업들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 존립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글쓴이는 보여주기식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임직원 자원봉사’를 듭니다. 기업에 별로 도움 되는 구석이 없답니다. 직원들에게 인건비 만큼의 일당을 주고 봉사를 시키느니, 전문적인 봉사자들을 지원하는 게 좀 더 싸게 먹힌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말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임직원에게 따로 봉사휴가를 지급하여 봉사활동을 장려하거나, 본인의 전문성을 살린 활동을 연계해주는 식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흐르면, 글쓴이가 ‘기업 사회공헌 무용론자’인가 싶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쓴이는 여전히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심지어 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유학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 글쓴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업 사회공헌이 더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러므로 존재 이유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기업 내・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중단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런 위험에 처하기 전에 기업 사회공헌이 존재 이유를 찾고 기업들이 계속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할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착한기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합니다.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착한기업 콤플렉스’의 증상들이란, (1) 기업은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2) ‘진정성’을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하며, (3) 개념우선주의에 따라 사업을 개념 안에 꿰맞추고, (4) 기업보단 사회가 원하는 사업을 선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은, (1) 기업이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CSR담당부서 구성원들 뿐이고, (2) 기업사회공헌에서 진정성을 외치는 곳은 공허하며(기업이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은 ‘이익의 극대화’), 오히려 ‘진정성’이 기업 내 CSR담당부서와 타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을 막고 있으며, (3) 외부에서 만들어진 개념들(CSR, CSV, 지속가능경영 등)을 맹목적으로 좇다보면 해당 기업 상황에 맞지 않게 되어 오히려 사업 자체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고, (4) ‘사회적 필요성’만으로는 점점 더 기업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기업의 이익에 연계된 사회공헌’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노력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호한 메시지’에 있으므로 전체 사회공헌 사업들을 하나의 목적 아래 묶어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착한기업 이미지를 얻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올라가고, 주가가 오르고, 구성원들이 만족해 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착한기업 콤플렉스’에 둘러싸인 CSR담당부서 사람들 뿐이다). 사회공헌을 기업의 이익에 연결지어 고민을 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든 진정성에 대한 강박관념도 한몫 했을 것이다. ... 비즈니스와 사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회공헌을 막고 있는 것은 담당자 자신일 수도 있다.” (이 책, 212쪽)

결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담은 사회공헌’, ‘기업에 도움이 되는 여론(=공감여론)을 조성하는 사회공헌’만이 존재 이유가 있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를 위해서 글쓴이는 “전체 사회공헌 사업들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으려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합니다. 또한, 기업의 사업(상품, 재무 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사회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기업에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사회공헌 사업에 미리 심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제 나름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대상 독자층이 매우 좁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을 사람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또는 기업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 NGO 담당자 정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업 밖(?) 시민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런 활동들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다면, 기업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글쓴이가 내부자로서 매우 냉정한 시각으로 기업 사회공헌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쩌면 글쓴이가 현업 실무자로서 기업 내의 다른 부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질문들, 느꼈던 벽들에 대해 오래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답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착한 기업 콤플렉스 - 8점
이보인 지음/KOSRI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리완창이 썼다.



사용자 관계에 대한 샤오미의 이념은 ‘사용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제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감’을 구매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오미를 그저 ‘가성비’ 쩌는 “대륙의 실수”쯤으로 여겼던 나는 이 책을 읽고 크게 한 방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아래 옮긴 역자 후기 중 일부가 꼭 나의 감상과 같다: 


역자에게는 이 책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입소문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해서라거나 그 사례가 새삼스러워서가 아니다. 모바일 인터넷이 만들어낸 새로운 환경이, 시장이, 브랜드가, 소비자가, 마케팅이 어떻게 변모했는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름 아닌 중국 기업에 관한 책에서 보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샤오미는 시작부터 좀 달랐다. 


스스로를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닌 ‘인터넷 기업’으로 정의한다. ‘인터넷 기업’의 핵심은 ‘인터넷 씽킹’(Internet Thinking)에 있다. “‘집중’해야만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극치’에 다다를 수 있으며, ‘극치’에 다다라야만 좋은 ‘입소문’을 얻을 수 있다.”가 바로 그것이다.


‘입소문’을 얻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바야흐로 모바일 인터넷 시대, 소셜 마케팅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특징은 ‘연결’이 모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후기를 남기지 못하게 하는 제품/서비스,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해주지 못하는 제품/서비스는 의미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샤오미라는 기업이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기획 단계부터 고객의 참여를 고려하고 의견을 반영),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샤오미라는 기업이 곧 미디어 그 자체이고 ‘광고’가 아닌 ‘컨텐츠’를 관리), 팬덤을 형성하고 그들과 함께 ‘거의 날 것’의 이슈들을 만들어가는 방식(매우 시의적절하고 유머러스한 커뮤니케이션)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2015년에 번역, 출간되었을 당시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쩌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참여감 - 10점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와이즈베리


NTT도코모 ‘iD’, 미쓰이부동산 ‘도쿄 미드타운’, 구마모토현 ‘구마몬’ 캐릭터 같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브랜딩 작업을 해 온 미즈노 마나부 대표(굿디자인컴퍼니)가 게이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딩 디자인 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저자는, 저렴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상품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이야 말로 팔리게 하기 위해서는 ‘브랜딩 파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은 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이 아니므로,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도 ‘센스’는 익혀두어야 한다며 이 강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센스란 무엇인가. (저자는 ⟪센스의 재발견⟫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센스란 집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센스를 익히고 싶다면 우선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 (다행이다. 타고 나지 않아도 후천적으로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구바라혼케(하카타풍의 조미료와 식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의 브랜드 ‘가야노야’의 심벌마크를 제안하는 PT이다. “궁극의 PT는 PT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달과 태양, 신사, 일본 전통의 신… 스토리텔링이 술술 흐르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가 견지하는 ‘제안의 태도’랄까 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마크 제안을 보여줄 때도, 브랜딩 방침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기본은 같다.


상대방에게 어쩌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나 좀더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항상 “반드시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대화를 요청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래서 제안이라기보다는 대화인 셈이다. 조금이라도 뭔가 결단하게끔 하는 말투는 사용하지 않는다. ‘생각해봤습니다’라는 느낌의 자세를 취한다.

요컨대 테크닉이 아니다. 평소대로 이야기할 뿐이다.


만약 요령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자신 이상으로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을 자신 이상으로 보이려고 하면 긴장하게 된다. 긴장하면 평소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평소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면 전달될 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p.191)


‘팔다’에서 ‘팔리다’로 - 8점
미즈노 마나부 지음, 오연정 옮김/이콘


기획자의 습관을 쓴 최장순의 전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좀 더 좋았다. 저자가 자신의 컨셉 도출 방법론을 설명해주고, 자신이 진행했던 실제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케이스 스터디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다 실무적이고, 그래서 유익했다.


저자는 자신의 브랜드 컨셉 도출 방법론/프로세스를 ‘BEAT’라는 것으로 도식화한다. 


BEAT란,

- Business Definition 업의 본질 정의

- Experiential Problem 고객 경험상 문제점

- Actual Solution 실질적 해결 방안

- Thrilling Concept 전율을 일으킬 컨셉

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T’는 약간 억지스럽다.)


참신한 해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문제 설정에 힘을 쏟으라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문제 설정이 ‘업의 본질’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제 아무리 빛나는 문제-해결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업의 본질’과 관련성이 적으면 확산성과 파급력이 약하다. 주객이 전도될 위험이 있다. 내・외부를 설득하기 어렵다. 할 ‘이유’가 없다.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구마몬’을 만든 미즈노 마나부(水野学)는 브랜드를 “‘~다움’이다. 그 기업이나 상품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가치관이나 의미를 담고 있는 특유의 매력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이나 상품은 ‘업의 본질’에 맞는 “어울리는 옷”을 입을 때 빛나고, 그 고유의 멋을 찾아주는 것이 브랜딩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일맥상통하는 말들이다. 그렇다면, ‘본질’은 어떻게 발견 또는 이끌어낼 수 있을까. 역시 두 사람 모두 무지막지한 리서치, 철저한 조사를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왜’를 물으며 숙고하고 성찰한다. 또 한 번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겸손한 자세이다. “이 정도면 되었을 거야” 같은 교만을 부려서는 안 된다(최장순). 시간과 지식을 있는 힘껏 다 쏟아 모든 것을 조사하고 생각하고 검증해서 “이제는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라고 여겨지는 제안을 해야만 한다(미즈노 마나부).


본질의 발견 - 8점
최장순 지음/틈새책방


프릳츠 커피 다녀오고 생각이 많아졌다.


왜 어떤 카페는 ‘이렇게나’ 잘 되고, 어떤 카페는 파리만 날리다 결국에는 망하는가.


입지? 마포구 도화동이 뜨고 있는 동네라고 하기는 어렵고, 공덕역 가까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대로변이 아니고 오히려 같은 블럭 대로변 건물 1층에 떡하니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분위기? 확실히 이색적이다. 기계로 찍어낸 듯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들과는 당연히 다르다.



전에는 고깃집이었던 마당이 있는 2층 양옥집 ― 지면에서 0.5층 높게 1층을 두는 이런 건축양식(?)을 일컫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 을 통째로 사용한다. 반지하에 빵을 굽는 시설이 있고 1층에 계산대, 커피, 빵 그리고 기념품(컵, 모자, 티셔츠 등) 판매대가 있으며 1층 일부와 2층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만 듯 천장과 벽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런 스타일은 이제 새롭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키취적인 느낌은 없다. 오히려, 이런 복고 느낌은 우리가 제일 잘 살릴 수 있다, 하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게 원래 우리 색이야… 같은? 그래서 가구, 조명 기타 소품의 선택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신감은 계산대와 커피를 내리는 공간을 1층 가운데에 배치하고 아무런 칸막이를 두지 않음으로써 완전히 개방하는 형태에서도 묻어났다. 넓지 않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했겠지만, 보시려면 얼마든지 보시고요… 그런 것 아니었을까 싶다.


맛? 압도적이었다. 최근 마셨던 어떤 커피보다 강렬한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입구에서부터 진동하는 빵 굽는 냄새에 코가 홀렸다.



커피를 마시는 물개가 그려진 로고. 귀엽지만 의아했다. 커피랑 물개가 무슨 상관이지? 역시 아무 상관이 없었고, 아무 상관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골목마다 카페가 들어서는 이 시대에 프릳츠 커피 컴퍼니는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로 자리매김을 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이걸 한 번에 다 잘 해내는 카페가 몇이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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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도화동 179-9 | 프릳츠 도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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