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듦새에 신경을 쓴 책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한 손에 꼭 들어오는 판형(B6에 가깝다)에 적당한 무게 그리고 깔끔한 표지 일러스트.



10개의 주제, 108개의 화두에 대하여 두 저자가 짤막하게 쓴 글을 모았다. 야마시타 히데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 오노코로 신페이는 유명 카운슬러라고 한다. 둘 다 낯선 인물이다. 괜한 의심이 시작된다. ‘대체 누구시길래 이런 글을 쓰세요?’


그러고 보니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大切なことはすべて日常のなかにある)라는 제목에도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그럼. 당연히 소중한 것이 모두 일상 속에 있지. 다른 곳에 있겠어?’


그러다 “정리를 포기하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17쪽), “수납과 정리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모아두고, 사용하지 않아 죽어버린 소장품으로 만들지, 아니면 고르고 선택한 물건을 마음껏 사용하며 살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29쪽)과 같은 문장을 만나 이런 생각을 한다. ‘건질 문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군.’


만남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또한 찾으러 돌아다니고 갈망하더라도 원하는 만남이 꼭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만남은 어떤 거대한 힘이 ‘계산한’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그 ‘거대한 힘’에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면 좋을까요? 먼저 하나만 명심해두세요. 그 방법에 거만함과 태만함이 끼어들 자리는 없습니다. (115쪽)

그리고 위 문단은 ‘만남’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는 한 친구에게 타이프 해서 보내주고 싶었다. “인간은 평생 만날 사람과 반드시 만난다. 한순간도 이르지 않고, 한순간도 느리지 않을 때.”(116쪽)라는 문장과 함께.


일상은 변덕스러워서, 멍하니 생활하다보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지요. 흘러가는 강,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손에 움켜쥐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생활습관을 개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늘 자각하며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252~253쪽)

그러고보니 ‘소중한 것이 일상 속에 있다’는 문장을 두고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그 소중한 것들을 어떻게 ‘자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공간과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일상은 그저 흘러가 버린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소중한 것들을 음미하려면 공간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공간과 마음의 여유는 ‘정리’에서 비롯된다. 일상을 착실하게 정돈해나가는 것에서부터. 기상 즉시 침구 정리 또는 현관(신발장) 정리 부터.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 - 6점
야마시타 히데코.오노코로 신페이 지음, 이소담 옮김/이봄

도시의 재구성

도시는 쉼 없이 재구성 된다. 저자는 2012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현재까지 서울시가 재구성 되고 있는 가장 큰 동력으로 저성장 시대, 도심지 집중 현상,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을 꼽는다(11쪽). 저성장 시대가 되면서 저금리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했고, 도심지 집중에 따른 주거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확산시켰다.



젠트리피케이션

특정 지역이 상업적으로 활성화 되면 땅값과 임대료가 오른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 임차인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일견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서울시가 내놓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예술가들의 거점이 생겼고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는데 유동인구 급증으로 상업시설이 증가하고 기존 건축물을 용도변경하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급등하였다.” 저자는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 또는 ‘부동산 쏠림 현상’은 예술가가 주도한 것이 아니고, 저성장 시대, 저금리 정책기조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자본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가치, 이용도 측면에서 저평가 되어 있던 지역이 이제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44쪽). 이제 우리도 ‘임차인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런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도시재생

저자는 도시재생을 “원래 용도가 다한 동네에서 새 용도를 찾아내고, 그 용도에 맞게 건물과 동네를 새롭게 디자인 하는 일”이라 정의한다(224쪽). 도시재생이 등장한 배경에는 개발시대의 종언(65쪽), 저성장 시대, 임대료라는 새로운 현금 흐름 창출을 목적으로 집을 소비재에서 생산재로 바꾸고 싶은 투자 수요가 있다. 신축비용의 60% 수준이면 리모델링이 가능하고(72쪽), 이 비용은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옛날 구조, 외관이 남아 있는 건물이 오히려 감성을 자극한다며 인기를 끈다. 동네가 뜨면서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107쪽). 이 자연스러운 현상 속에서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 ‘정책’을 갖고 끼어든다. 책에서 언급된 사례는 세운상가 그리고 창신동. 건물만 바꾼다고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해당 지역의 새 용도를 찾아내는 ‘리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114쪽). 서울의 경우, 물리적 재생이 필요한 지역도 아직 많다.


코리빙

도심지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도심 밀집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류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도시 르네상스’, ‘도시기업가’(Urbanpreneur)라는 말도 나온다. 자본도 인재도 도시에 모여있다. 도심지 주거 수요를 떠받치고 있는 1인 가구, 세대 구분적으로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는 어디든 쉽게 떠나고 싶어하는 ‘코스모폴리탄’이면서 새로운 사람과의 교류, 희소한 경험을 추구한다. 이 세대에 대한 대표적인 설명이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이다(131쪽). 1인 가구의 부상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대응이 바로 셰어하우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주거형태 ‘코리빙’이다. 방을 쪼개서 침실을 줄이고 임대료를 낮춘다. 여기에 공용 공간을 활용하여 교류와 경험을 넓힌다. 이것도 ‘임차인 사회’의 한 단면이다.


테크놀로지

접근성 낮은 골목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이유는 모바일 시대 덕분이다(172쪽). 모바일 앱, 플랫폼 덕분에 자원의 수요-공급이 점점 더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기술과 결합된 공간은 새로운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영업 시작 전 또는 브레이크타임에 레스토랑을 공용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등장했다(Spacious). 이 역시 공간의 ‘리프로그래밍’이다(188쪽). ‘에어비앤비’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졌다. 선한 기업이기도 하면서(181쪽),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182쪽). VR, AR, MR 기술에 힘입어 거리의 제약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196쪽). ‘디지털 노마드’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있다.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면 기존의 도시 공간이 재편되면서 걷기 좋은 도시로 변화할 것이다(209쪽).


도시의 재구성 - 6점
음성원 지음/이데아

도로 쪽으로 난 회랑을 따라 한 발 들어섰을 뿐인데,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657-36 | 사운즈한남
도움말 Daum 지도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