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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본능의 질주 Drive to Survive (넷플릭스) 리뷰 또는 후기 또는 감상

by writer Peter 삐러 2019.03.18

#F1 #DrivetoSurvive #본능의질주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1의 2018 시즌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큐멘터리. 앵글 때문인지 보고 있으면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 '러시:더 라이벌'은 배우들이 실제 인물과 닮았고 고증이 거의 완벽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0개의 팀, 팀당 2명의 드라이버. 그래서 F1 드라이버 시트는 딱 20자리. 다시 말해, 이 지구에서 딱 20명 만이 F1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참 좁은 문이다.

게리 리네커의 말마따나 “22명의 선수들이 90분 동안 공을 쫓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 축구”라면,

20명의 드라이버와 그 몇 배나 되는 스태프들이 1년 내내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레이스를 펼치다 결국 메르세데스와 페라리가 1, 2등을 하는 게 포뮬러1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머신, 그 중에서 엔진이 우수하기 때문일까. 그 머신을 모는 드라이버의 능력 덕분일까. 머신을 정비하고 드라이버를 리딩하는 스태프 조직력과 노하우 덕분일까. 아니면, 두 회사가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기 때문일까.

아마도 돈의 힘일 것이다. 돈이 있으면 머신 성능, 유능한 드라이버, 우수한 스태프 등의 나머지 필요조건들을 모두 갖출 수 있다.

포뮬러1 업계 사람들은 드라이버 개인의 재능과 노력보다 팀 단위 자본의 투입이 더 중요하고 영향력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게 바로 이 스포츠 또는 비즈니스의 특별함이라고 덧붙인다.

얼마나 특별하냐면, 재능과 노력을 둘 다 갖춘 젊고 유망한 F1 드라이버가 팀의 파산과 회생, 피인수 과정에서 새 스폰서의 아들에게 드라이버 자리를 뺏기고 결국 커리어를 마감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팀내 드라이버 간 경쟁도 아주 살벌하다. 말이 팀이지 개인전이나 다름 없다. 의식하고, 경계하고, 충돌한다. 오로지 자신이 F1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업계 사람들은 말한다.

팀내 드라이버 간 경쟁이 이 정도 수준이니 팀 간 경쟁은 말할 것도 없다. 엄청나게 경쟁적인 스포츠이자 비즈니스이니 “열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프라이팬을 내려놓고 부엌에서 나가야 하는 법”이다.

메르세데스, 페라리, 맥라렌, 르노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각축장일 것 같지만, 의외로 레드불(Red Bull) 같은 스포츠음료 제조사가 레이싱팀을 갖고 있고 심지어 성적이 매우 우수하다.

다만, 직접 엔진을 만들 능력이 없으니 경쟁 팀에게 돈을 주고 사서 쓰는데, 엔진을 공급하는 회사의 레이싱팀보다 레드불 레이싱팀의 순위가 더 높은 바람에 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된다.

레드불이 새 엔진 제조사를 찾겠다며 돌연 계약을 파기하고, 엄청난 비난과 함께 계약을 파기당한 제조사는 레드불과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드라이버를 스카웃해서 다음 시즌 계약을 해버린다.

이 불편한 경쟁 구도 속에서 내년에 다른 팀의 머신을 몰게 될 드라이버는 레드불에서 남은 레이스를 마치기는 해야 하고,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드라이버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포뮬러1에 출전하는 총 20대의 자동차는 예선 경쟁을 통해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한 순서대로 출발 포지션을 받는데, 이 포지션은 큰 이변이 없으면 그대로 레이스의 결과가 될 확률이 높다. 

20위로 맨 뒤에서 출발하는 드라이버는 겨우 한 두 대를 가까스로 제쳐도 득점권인 10위에 진입하기 어렵다. 점수를 얻지 못한 채 레이스를 마치게 된다. 이게 누적되어 한 시즌의 성적표로 나온다.

포뮬러1에서 꼴찌가 1등으로 올라서고 1등이 꼴찌가 되는 대역전극이 펼쳐지기는 어렵다. 대부분 스타팅 포지션 순서대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큰 사고 없이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고, 제 앞에 한 두 대를 따라잡기라도 한다면 엄청나게 성공적인 레이스를 한 것이다.

가끔 가다 “초대박”, “인생 역전”과 같은 허황된 꿈에 흔들린다면 이 포뮬러1의 레이스를 떠올리면 좋겠다. 우선은 레이스를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선택 받은 것임을 잊지 말고, 스타팅 포지션을 지키며 실수를 최소화하고 저 앞의 1위가 되지 못해 슬퍼하기 보다는 내 눈 앞의 한 두 대를 제치는 것에 집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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