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 책에 대한 요약이 아닙니다. 그저 최근 저의 고민점인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 그리고 그 둘의 선순환 구조 만들기’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책을 만난 반가움에 독서 직후의 감상을 가볍게 적어본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접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함께 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 길

‘애자일’(agile)은 좁게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일종을 의미함. 저자는 ‘애자일’을 ‘일의 스타일’, ‘삶을 사는 방식’으로 넓혀서 적용함.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는 바로 학습(자라기)과 협력(함께)임.

# why - 불확실성

우리의 일에, 삶에 ‘애자일’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임. 애자일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함. 다시 말해, 무언가 확실한 상황에서 굳이 애자일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음.

애자일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은 “좀 더 짧은 주기로 더 일찍부터 피드백을 받고, 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더 자주 그리고 더 일찍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음.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인 학습과 협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전략임.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이 물음이 이 책의 화두임.

# what & how - 학습

저자는 먼저,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함. 첩첩산중 깊숙한 동굴에 속세와 절연하고 무공을 연마하는 무림 고수와 그를 찾아온 제자가 수련을 하는 모습은 ‘전문가’에 대한 대표적인 환상임.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문가는 외부와 담을 쌓고 혼자 연마하는 사람이 아님. 오히려 ‘사회적 스킬’이 높고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임. 대인관계에 능한 사람임. 그래야 구성원 간 협력이 가능하고,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음.

언어이론에 의하면, 학습은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i) + 1’ 정도의 긴장이 주어질 때 가장 몰입도가 높다고 함. 그보다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보다 난이도가 낮은 경우에는 ‘지루함’에 휩싸인다고 함. 이 적절한 긴장을 찾으려면 스스로 여러 번 실험을 해보고 실패를 해보고 ‘학습’하는 수밖에 없음. (주변에 적절한 피드백을 줄 좋은 코치가 있다면, 이 학습은 당연히 더 잘 될 것임.)

1만 시간의 법칙은 수련의 양적 측면에 관한 이야기임. 그러나, 질적 측면으로 따지자면 이 1만 시간으로 달인이 되려면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가 필요함. 이 의도적 수련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몰입’ 상태에서 행해지는 학습과 가까움. (우리는 태어나서 1만 시간 이상 칫솔질을 했지만, 여전히 칫솔질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임.)

학습도 ‘혼자’ 보다는 ‘함께’ 할 때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음. 학습의 목적이 지식의 축적, 시험에서 고득점 획득이 아니고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용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있는 ‘제품’, ‘상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임.

# what & how - 협력

프로젝트 역할 배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역할 배분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야 간신히 명확해진다고 함. 그런데 대개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첫 회의에서 甲은 A를 하고, 乙은 B를 하고, 丙은 C를 하고…, 하는 식으로 나눈다고 함. 그렇게 나눈 다음 각자 열심히 일을 하고 다시 만나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함.

12개의 일을 12명에게 나눌 때, 1명이 1개의 일을 각각 맡는 병렬 방식이 과연 효과적일 것인가. 그리고 그런 조직을 곱하기 시너지를 내는 ‘팀’(team, 서로 얽혀 있는 형태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그냥 더하기 효과를 내는 작업 그룹(work group, 리더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형 조직)에 가까움.

한 프로그래밍 구루에게 위와 같은 케이스를 물어보았음: “Q. 12개의 일과 12명의 사람이 있다. 너는 어떻게 업무를 나누겠느냐?” 그의 답변은 이랬다고 함: “A. 우선 12개의 일 중 3개의 일을 12명이 협력하여 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섞여서 서로에 대해 배우도록 한다.”

‘학습한 것을 공유한다.’ 제대로 ‘공유’하려면 그 밑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함. 다시 말해, 협력의 기본은 ‘신뢰’임. 이 신뢰는 google의 연구에서 다른 말로 표현된 적이 있음. 바로, ‘심리적 안전감’임. 심리적 안전감은 팀원들이 과감히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이기도 함.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오히려 더 큰 실수가 생기는 역설이 있음. (산불이 나지 않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가소성 물질이 쌓여서 큰 산불이 난다고 함. 그래서 요즘은 작은 산불이 여러 번 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한다고 함.)

실수가 적은 조직이 무조건 좋은 조직이라고 볼 수 없음. 대개 그런 조직은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수가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 실수를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라는 얘기임. 이런 상황에서 실수가 공유될 리 없음. 개인도 조직도 실패를 통한 학습을 이뤄낼 수 없음.

뛰어난 사람(전문가)가 여럿 모여 있는 팀이 항상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없음. 이들을 융화하고 협력하도록 하려면 좋은 코치가 필요함. 오히려 이 코치의 역량이 전문가들을 서로 협력하도록 하고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함.

# 함께 자라기

학습과 협력이 가능한 조직은, 그 조직에 속한 개인은 물론 조직 자체로 성장할 수 있음. 일의 방식을 달리 하면 일을 하면서, 업무를 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성장함. 이렇게 성장한 개인과 조직은 사회에 가치를 주는 제품을 전달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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