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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Pep Guardiola), 리더십 스피치의 정석

무비-로그

by 박세 parxehee 2019.06.3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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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모 아니면 도 : 맨체스터 시티⟩ (All or Nothing: Manchester City)를 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클럽인 맨체스터 시티의 '17-18 시즌을 고스란히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이다.

외부에서 경기 장면을 편집한 수준이 아니다. 라커룸, 트레이닝, 메디컬, 스태프, 팬들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사적인 모습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마치 시즌 내내 카메라가 쉬지 않고 돌아간 것 같고, 그 결과물이 모두 8개의 에피소드(각 45~55분)로 촘촘하게 편집되어 시즌 1으로 묶였다.

펩 간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런 탑 레벨의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나게 터프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그들에게 전술/전략 그리고 동기부여까지 해내는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활약상이었다. 오디토리움에서, 라커룸에서, 선수들 앞에서 행해지는 그의 스피치를 보고 있으면, 왜 그가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피치 3개만 꼽아본다.

1. 책임은 내가 진다, 너희는 최선을 다해라.

펩 과르디올라는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호되게 혼낸다. 그러면서, 자신은 밖에서 특히 언론 앞에서 끝까지 너희들을 보호하고 너희들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너희들은 훌륭한 경기를 해내야 한다고, 그것이 너희들의 책임이라고, 너희들은 그럴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고 역설한다.

나는 여기서 리더의 책임감을 보았다. 팀원을 지키는 것은 결국 팀장이다. 팀원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한, 그가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코치하는 것 역시 팀장의 역할이다. 앞에서는 젠틀한 척 다독이고, 뒤에서는 여기저기에서 해당 팀원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2. 어려울 때 뭉치는 것이 팀이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리버풀에게 2연패 하며 탈락. 홈 구장에서 맨체스터 지역 더비이자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시즌 챔피언이 되며 화려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전반 2점 리드 이후 후반 3실점 패배를 하여 3연패의 늪에 빠졌을 때.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마치 서로를 비난하는 듯 언쟁을 하기까지 한다. 펩 과르디올라가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외치지만 한 번 커진 선수들의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이들을 잠재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어려울 때 뭉치는 것이 팀이라고. 이기고 지는 것은 축구의 요소라고. 이겼다고 칭찬하고 졌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축구를 모르는 것이라고.

사실 그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제3자인 내가 보기에도 매우 아쉬운 경기였다. 홈 구장에서 챔피언이 된 것을 축하하려 모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우는 얼굴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시즌 초반 18연승의 파죽지세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쉬운 경기 결과였다.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하고 격양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는 흥분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선수들을 진정시키고 그 시점에 꼭 필요한 말만 했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를 따지지 않았다. 일단, 빨리 회복하자고 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했다. 시즌 내내 리그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흘렸던 땀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그 자리를 마무리 짓고 빨리 다음으로 넘어갔다.

3.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보자.

리그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른 경기에서 패배했다. 이 경기 결과로 인해 리그 1위였던 맨체스터 시티가 자동적으로 '17-18 시즌 챔피언이 확정되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자신은 지금껏 자신이 맡았던 팀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한다. 이미 리그 우승을 결정지은 팀의 선수들은 어떤 달콤한 말을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의 경기에서 그들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재앙적이었다고 한다. 이미 목표를 이루었으니까.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어떻게 했느냐. 선수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는 벌써 이뤘다. 그런데 아직 5경기가 남았다. 그러니 역대급 기록을 세워보자. 리그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승점 100점이라는 신기록 달성. 이걸 해보자고 한다. 선수들에게 테이블 하나를 보여주며 더 높은 목표를 그려버린다.

놀랍게도 선수들은 이에 부응하며 엄청난 집중력으로 시즌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코치는 선수가 아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감독도 직접 경기를 뛸 수는 없다. ‘선수 겸 감독’이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11명 중 1명의 선수가 되어서 필드를 누빌 수 있을 뿐이다. 선수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그들이 목표에 집중하며 최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독, 코치, 리더의 역할이다.

이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 클럽이 '17-18 시즌 리그 챔피언이 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 시리즈의 제목처럼 “모 아니면 도”의 도박은 아니었을 것이다. 제작인은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이 클럽의 리그 우승을 예측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측의 주된 이유는 그 자신이 전설적인 축구 선수였고 감독으로서도 승승장구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부임 2년차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그의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능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EPL을 즐겨 보는 축구팬이든 나처럼 가끔 동네축구에 끼어 볼을 차고 또 아주 가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시합만 찾아보는 사람이든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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