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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블로거라니/무비로그

좋은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기를, ⟨중쇄를 찍자!⟩ (重版出来‬!), 제2화

⟨중쇄를 찍자!⟩ 제1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연달아 제2화, 제3화를 보았다. (휴일은 좋은 겁니다, 여러분.)


먼저, 제2화.

제1화에서 아주 잠깐 등장했던 만화 영업부에서 ⟪바이브스⟫를 담당하고 있는 사원 “유령” ‘코이즈미 준’(서강준사카구치 켄타로)가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만화를 즐기는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만화 영업이라는 일이 무슨 가치를 지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그 생각이 곧 행동으로 이어져 영업 접점인 서점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한다. 그래서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코이즈미’는 몇 년째 부서 이동 신청서를 내고 있다. 그런데 영업부장이 “정보지 편집부로 가서 무슨 기획을 어떤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인가?”하고 단도직입 물어도 딱히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보지 편집 업무에 또 대단한 소명의식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닌 듯 하다. 단지, 만화 영업은 본인과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일 뿐.

이때 영업부장 ‘오카 에이지’(나마세 카츠히사)가 명대사를 시전한다. “본인의 위치를 모르는 녀석은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이 대사를 듣고 머리를 얻어 맞은 듯 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는가. 그걸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서 갈 수 있는 곳이란 대체 어디일까. 그 어딘가에서는 나는 또 누구일 것이며, 나는 또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이 “유령” ‘코이즈미’에게 새로운 일이 떨어진다. ⟪민들레 철도⟫라는 작품의 판매부수가 뒤늦게 올라가고 있었던 것. 숫자를 살펴보던 영업부장은 담당직원인 ‘코이즈미’에게 그 원인을 아느냐고 묻는다. 관심이 없으니 알 턱이 있나. 영업부의 다른 직원들이 최근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이 재미있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뒷심을 좀 받은 것 같다고 설명한다. 때마침 다음 달 단행본 제3권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 영업부장 ‘오카’의 눈이 반짝인다. 직접 ⟪민들레 철도⟫ 단행본 1, 2권을 읽어본 그는 감명을 받는다. (이 부분도 좋았다.) ‘오카’는 영업부 직원을 불러 모은다. 다음 달 ⟪민들레 철도⟫ 제3권의 발매에 맞춰 전국 서점 전시 이벤트를 기획하고 영업부 전체가 푸쉬하자고 선언한다. 이 업무에 편집부 ‘쿠로사와’가 합류하면서 ‘코이즈미’와 짝을 이루게 된다.

이후의 전개를 예상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쿠로사와’와 ‘코이즈미’가 함께 맡은 업무는 직접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전시 이벤트 협조를 요청하는 것. 잔뜩 기합이 든 ‘쿠로사와’의 넘치는 활력으로 영업 판촉 활동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고, 이를 지켜보던 의욕 제로의 ‘코이즈미’가 점점 그 에너지에 물들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되어 적극적인 영업맨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이즈미’는 ‘쿠로사와’의 아이디어를 적극 차용해 만화 코너를 넘어 철도, 여행 코너에도 ⟪민들레 철도⟫를 진열하는 홍보 방안을 주장한다. 평소 만화 코너에 가지 않는 독자층 가운데 분명 이 작품을 좋아해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요즘 말로 하면 표면적인 주제 분류를 따르는 것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중심 분류로 는 진열되도록 하자는 것이랄까. 이 홍보 방안이 영업부장에게 채택되고 ‘코이즈미’는 이 방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점과의 교섭을 맡게 된다. 이 전술이 적중한 덕에 단행본 판매는 호조. TV에 소개되기에 이른다.

이때 영업부장 ‘오카’는 ‘코이즈미’에게 자신의 업무수첩(일명 비밀노트)를 보여준다. 이 업무수첩에는 각 서점 만화 담당자들의 프로필, 취미 같은 것이 적혀있다. 감탄하며 수첩을 넘겨보는 ‘코이즈미’에게 또 한 번 명대사 시전.

“우리가 파는 건 책이지만 상대하는 건 사람이야.
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마. 우리의 마음을 그분들이 받아 손님들에게 전해주시는 거다.
만화가 재미있다고 해서 꼭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혼자 팔리는 작품은 없어.
팔린 작품 뒤에는 반드시 그 작품을 판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가 파는 거야.”

제대로 자극을 받은 ‘코이즈미’는 원거리에 있는 서점들에 보낼 편지 인사말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작성한다. ‘민들레’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 스티커도 준비한다. (이걸 골라준 센스 있는 사람은 물론 ‘쿠로사와’.) 이때의 독백. “입사한 지 3년. 그동안 나는 뭘 했던 걸까. 열심히 하자.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난 평생 유령인 채 살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공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어쩐지 겉돌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말이었다. 울림이 있었다.

이번 화는 만화가의 손을 떠난 작품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서점을 통해 독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 특히 ‘영업’이라 불리는 활동의 특성을 담아냈다. 영업부서 탈출을 꿈꾸던 ‘코이즈미’가 내적 변화를 일으키며 적극적인 영업 사원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쫓는다. 좋은 만화가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만화가와 영업부서 사이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일 역시 ‘편집자의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글이 길어져서, 제3화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