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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겪지 않은 사람은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다

딴짓-로그

by 박세 parxehee 2019.07.0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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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열 길 물 속은 정말 깊고 알기가 어렵지만, 기술을 통해 어림잡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며칠 전, 아버지가 나에게 그러셨다. “나는 네 엄마와 평생을 살았지만, 아직도 네 엄마 속을 잘 모르겠다.” 그 말에 동의한다.

지난 주말, 한 배우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그가 죽을 이유가 없다.” 곧 개봉하는 영화도 있고, 곧 촬영에 들어가는 드라마도 있고, 당장 다음날 연극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전미선

그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죽는데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울증 등 여러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떤 사람들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위대한 개츠비 곡선'(The Greatest Gatsby Curve)를 개발했던 프린스턴대 앨런 크루거 교수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하여. 그는 향년 58세에 자살로 사망했다.

앨런 크루거 교수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교수이자 학문적, 직업적 성취를 이뤄낸 사람이 돌연 자살을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부, 명예가 부족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그게 우리의 한계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체 왜 죽었을까?’와 같이 자살의 이유에 주목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접근일까. 우리는 도무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족속들이다. 그래서 남겨진 아픈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듯한 이런 기사도 나온다: "전미선 '집에 아픈 사람 많아 힘들다' 아버지에 토로"

물론,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기 않기 위한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다. 자살로 위장된 타살. 추리 스릴러 장르의 대표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혐의점이 없다고 한다. 어설픈 음모론을 제기할 껀덕지도 없다. 그런데도 단순 흥미 끌기 위주의 기사가 나오니 씁쓸한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연기와 작품을 남겨주셔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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