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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공평하게 엉망진창이다

북-로그

by 박세 parxehee 2019.06.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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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를 읽었다. 대학에서 ⟨통계학 입문⟩ 수업 하나 들었을 뿐, 데이터 과학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나와 같은 독자들이 읽으면 딱 좋은 데이터 과학 입문 교양서다. 어려울 것 같은 이야기는 다 피해간다. 그래서 쉽다. 그리고 아래에서 보듯이 재밌다.

  • ‘남성 중 동성애자가 얼마나 많은가?’ (남성 동성애자는 구글에 무엇을 검색할까?) 
  • ‘아메리칸 파로아라는 말은 왜 위대한 경주마였나?’ (위대한 경주마는 어떠한 신체적 특징이 있는가?) 
  • ‘두 번째 데이트를 원한다면 첫 번째 데이트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가?’ (소개팅에 나선 남성/여성들은 어떤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으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가?) 등등.

이 책에 소개된 소재들은 하나 같이 흥미롭거니와 이 소재들을 풀어내는 저자의 입담 역시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흥미 위주의 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짜임새까지 갖추었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설문조사에서도 거짓말을 한다. (하긴 사람들이 설문조사에서 진실을 말할 유인이 있는가?) 그런 우리가 솔직해지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할 때이다. ‘검색창은 일종의 고해실 역할을 한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통찰이다. 검색어들의 데이터가 모이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는 저자가 찾아낸 새로운 데이터 세트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한다. 그래서 검색창에 질문한다. 아이를 갖거나 갖지 않은 결정을 후회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은 거의 언제나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요?’라고 한다. 구글에는 아이를 갖기로 한 것보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 하는 질문이 일곱 배나 많다고.

그러나,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아이를 가진 것을 후회한다’는 검색 건이 ‘아이를 갖지 않아서 후회한다’고 하는 검색 건에 비하여 3.6배나 많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아이를 갖는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잘 하지 않지만, (생각을 하더라도 표현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겠지만,) 후회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라도 구글 검색창에는 따닥따닥 손쉽게 입력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구글 검색을 ‘디지털 자백약’(Digital Truth Serum)이라고 한다. (반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친구들에게 내가 얼마나 괜찮게 사는지 자랑하는 ‘디지털 허풍약’이라고 한다.)

구글 트렌드 같은 빅데이터가 드러내는 우리들의 민낯이 끔찍하지 않으냐고? (실제로 이 책에는 설마 그럴지 몰랐는데 역시 진짜로 그랬구나 싶은 사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성 그리고 인종에 관한 우리의 너저분한 생각들.) 그런데 저자는 우리가 정말로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은 꽤 유용하다고 말한다. 왜? 아, 불안에 잠기고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저자의 입으로 풀어진 인터뷰 기사가 있어서 그 대목을 아래에 옮겨본다:

“불행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상황을 나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글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5년간의 연구에서 내가 배운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엉망진창이다!”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타인의 내면을 볼 수 있게 됐고, 그 결과는 우리가 자신에게 더 관대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원문: https://bit.ly/2Kq6MLG)

그렇다. 우리는 공평하게 엉망진창이다. You are not alone. ;-)

그런데 ‘디지털 자백약’이 주는 유용함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구글 검색 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한 예로, 2015년 미국에서 자가낙태를 찾는 구글 검색이 70만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저자는 여성들이 공식적인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어려울 때 비공식적인 방법을 찾는다고 쓰고 있다. (그 근거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이뿐만 아니다. 2007년 미국의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아동학대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부모들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아동에 대한 학대 위험을 높이기 때문. 그런데 전형적인 척도인 공식 데이터는 오히려 아동학대 사건이 줄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저자가 직접 구글 데이터로 들여다 본 현실은 달랐다. 미국 경제의 대침체기에 아이들은 구글에 ‘엄마가 나를 때려요.’, ‘아빠가 나를 때려요.’하고 검색했고, 이 검색량은 그 기간 동안 크게 늘었다. 아동학대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고,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유용성은 우리를 문제에서 해답으로 이끌어 주는 데에 있다.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총기 난사 사건(샌 버나디노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캘리포니아에서는 ‘이슬람교도를 죽이자’는 구글 검색이 폭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할 것이지만, 이슬람교도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여러 언론에서 그의 웅변에 찬사를 보냈지만, 구글 검색 데이터는 다른 반응이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옳은 말을 하는 동안 구글에서는 부정적인 검색만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의 연설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는 오히려 격양시켰다”는 것이다.

그럼 오바마 대통령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검색 데이터는 성난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면 오히려 분노가 커질 수 있다고 암시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교묘하게 건드리고 그들이 분노하는 집단이 가진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들의 생각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두 달 뒤, 이 부분에 집중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새 연설은 대중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구글 검색 데이터에 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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