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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어려운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해법은 결국 독자!, ⟨중쇄를 찍자!⟩ (重版出来‬!), 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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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하는 Peter 삐러 2018. 10. 1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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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 제3화. (참고: 제1화, 제2화)  

초인기작 ⟪츠노히메사마⟫의 담당편집자가 된 ‘쿠로사와’와 그의 옆자리에서 앉아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편집자 ‘미부 헤이타’(아라카와 요시요시) 둘이서 에피소드를 이끈다. 두 사람의 공통 이슈는 편집자로서 만화가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해법을 미리 밝히자면 그것은 독자. 처음도, 끝도 독자. (처음도, 끝도 고객!)

‘쿠로사와’는 담당편집자가 되어 연재분 마지막에 들어갈 카피 문구 고민에 직면한다. 이 카피는 편집자가 작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 이 메세지를 쓰는 것도 편집자의 일. 그는 여기서도 직진한다. 옆자리 선배 편집자인 ‘미부’를 다그치며 그에게서 카피 짜내는 기술을 배우고자 한다. (어이, 어이, 선생님을 잘못 고른 것 아닙니까?)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진다. 자신이 담당하는 ⟪츠노히메사마⟫의 만화가 ‘타카하타 잇슨’이 멘탈 문제로 퀄리티 난조를 보이는 것. 다음주 연재분의 콘티가 주인공 독백이 많고 전개가 지지부진. 한마디로 따분했다. ‘쿠로사와’는 곧장 ‘타카하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지만, ‘타카하타’는 역시 신입 편집자라서 뭘 모른다며. 단지 강약 조절일 뿐이라고. 자신은 이렇게 해서 10년을 연재한 것이라며. 윽박지르기에 가까운 변명을 한다.

‘쿠로사와’ 이전까지 ‘타카하타’를 담당하였던 부편집장 ‘이오키베’(오다기리 죠)는 ‘쿠로사와’에게 묻는다. 이 콘티를 받아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고. 답을 주저하는 ‘쿠로사와’에게 명대사 시전.

“우리 편집자가 누구한테 월급 받는 거 같아? (쿠로사와: 회사?) 독자야.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작품을 가장 높은 퀄리티로 끌어 올린다.
네가 그걸 하지 않으면 무얼 위해 여기 있는 거지?”

결국 ‘쿠로사와’는 이 콘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 만화가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카피 문구’를 통해서. (결국 편집장의 승인에 따라 카피 문구가 수정되는데, 이 수정 작업의 각 단계를 세심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눈여겨 볼만하다. 각 단계별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수정 요청을 접수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다시 디자이너에게 가서 수정 요청의 내용을 전달한다. 단순히 전화 한 통으로만 묘사할 수도 있는 단계를 굳이 이렇게 보여줬다. 이런 ‘과정 보여주기’를 통해 주간 만화 잡지 한 권이 만들어지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수 많은 단계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정된 카피 문구가 출력된 견본을 들고 ‘타카하타’의 집에 도착한 ‘쿠로사와’. 콘티 수정을 대차게 요구하지만, ‘타카하타’는 완강히 거부한다. ‘쿠로사와’는 이런 말을 한다.

“지금의 콘티로는 독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할 수 없어요!
저도 얼마 전까지 독자였으니까요.
작품을 지키는 게 선생님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 콘티를 내놓는다면 독자들은 실망할 겁니다.”

(격렬한 대립 끝에 ‘쿠로사와’는 홀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쿠로사와’가 던진 회심의 승부수는 과연 먹혀들 것인가?)

이 사람이 ‘미부’.

이 에피소드의 또 하나의 주인공 ‘미부’가 처한 상황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작품이 독자 앙케이트에서 꽤 오랜기간 연속 꼴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집장은 좀 더 분발하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부’는 이를 무시한다. 독자에게 아부할 필요 없이, 만화가와 편집자가 2인3각으로 합심하면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지론을 홀로 간직한 채. (문제는 그 만화가와 2인3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다.) 상황은 매주 더 심각해지고 결국 연재중단. 이대로는 잡지에 실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된다. 담당 만화가와의 사이가 뒤틀리게 되는 것도 당연. 만화가는 ‘미부’에게 자신이 계속 만화를 그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한다.

‘미부’는 신작 아이디어까지 짜내서 프리젠테이션을 해보지만, 만화가는 그냥 꺼지라고 말한다. 낙담한 ‘미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본가에서 짐을 찾아가라는 어머니의 전화였다. 그 짐이란 다름 아닌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이 없던 어린 시절 ‘미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주간 만화 잡지 모음. 그 잡지들을 하나씩 펼쳐보던 ‘미부’는 잡지 중간에 붙어 있는 독자엽서에 눈이 머무른다. 우표값이 아까워 부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의견이 독자엽서에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독자 앙케이트는 어쩌면 독자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라는 것. (이 대목에서 나도 향수에 젖었다. 주간 만화 잡지, 월간 게임 잡지를 많이 샀지만 한 번도 독자엽서를 보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독자엽서의 빈 칸은 열심히 채웠다.)

결국 ‘미부’는 그간 무시했던 독자 앙케이트 결과를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자신이 담당했던 만화에 대한 독자 의견을 꼼꼼히 정리하여 만화가에게 발표한다. 왜 우리 만화는 인기가 없었는가. 매우 냉정한 분석이었다. 발표 이후 만화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안타까운 결과는 모두 편집자 자신의 탓이라고. 자신은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이 만화를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편집자인 자신은 만화가의 작품이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될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미부’의 진심이 담긴 발표는 만화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만화가에게는 독자라는 튜브가 필요하다.
그 튜브를 건네주는 게 나의 일이다.
두 번 다시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만화가를 위해서도.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서도.”

재능 있는 만화가를 발탁, 연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편집자가 갑의 위치에 있을 것 같지만, 연재를 시작한 이상, 만화가로부터 매주 제때 작품과 콘티를 받지 못한다면 책이 나올 수 없게 되고, 게다가 어떤 작품이 10년 가까이 연재되어 어엿한 간판작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면, 오히려 만화가가 갑 또는 슈퍼갑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게 아닐까. 이 드라마에서도 편집자들은 만화가를 진심을 다해 예우한다. 매주 끝이 없는 마라톤을 이어가는 만화가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렇지만, 그런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의 교훈이랄까. 

편집자는 작가의 초고를 가장 먼저 받아보는 제1독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한다. 제1독자는 독자가 아니다. 독자와 작가의 사이에 있는 사람이다. 즉, 다리이다. 작가는 편집자라는 다리를 통해 독자와 연결된다. 자신의 작품을 좀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책의 서문에 편집자에 대한 감사 인사를 넣는 것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제1독자로서 함께 내용을 발전시켰고,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1독자로서 작가와 독자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 가장 중요한 ‘편집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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