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제1화는 어린시절 유도 만화를 읽고 유도 선수가 되기로 결심, 대학까지 쭉 유도만 하던 ‘쿠로사와 코코로’(쿠로키 하루)가 주간 코믹지 ⟪바이브스⟫ 편집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고, ‘드래곤’ 시리즈로 30년간 주간지 연재를 이어오던 거장 만화가 ‘미쿠라야마 류’(코히나타 후미요)가 돌연 연재 중단을 선언하여 편집부가 발칵 뒤집히는 이야기를 다룬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대책 없이 밝고 명랑하고 활기와 박력이 넘치는 신입사원 “새끼곰” ‘쿠로사와’의 매력이 한껏 묻어남과 동시에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첫 여정이 담긴 에피소드다. 첫 장면, 그가 면접에 임하며 했던 독백이 인상적이다. 

“면접은 유도와 같다. 익숙해지면 보이기 시작한다. 상대방 마음의 움직임. 숨결. 상대가 숨을 뱉는 순간에 기술을 건다.”

그의 진면목을 대번에 알아본 사장님의 한마디 역시. “바둑 기사든 마작사든 스포츠 선수든 정말 강한 승부사는 모두 체축이 흔들리지 않아요. 그런 인간이 무운을 가지고 있죠. 우리 출판업계도 승부의 세계입니다.” (사장님, 면접 당일 청소부로 변장하신 건 아무래도 클리셰였어요.)

30년간 주간지 연재 마라톤을 이어 온 거장 만화가 ‘미쿠라야마 류’가 갑작스럽게 연재를 중단한 것은 그의 문하생 ‘칸바라’군이 그의 작품에 대한 인터넷 상의 뒷담화 — 주로, 작화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과 오랜 연재로 인해 한물 간 작품이라는 독설들 — 을 모아 팩스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충격이었을까. 충격이었겠지.

그러나 그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단순히 나빠지고 있는 그림에 대한 비난 때문이 아니었다. 

“그림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만화를 통해 계속 전하려고 했던, 인간은 소중하고 아름답고, 다정함이야말로 인간의 강함이라는 것. 그게 전혀 전해지지 않았어. 그들에게도… 계속 옆에 있었던 칸바라군에게도… 한심해.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해.”

실의에 빠져 집필을 중단한 거장 만화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막 입사한 막내이지만,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쿠로사와’는 신입사원 연수시절 연을 맺었던 서점에 들러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그가 만든 특설 매대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 ‘유레카 모멘트’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를 편집부에 알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스포츠 선수는 트레이닝을 매일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 강한 선수로 있기 위해 근력을 유지하는 노력을 쌓는다. 그런데도, 나이를 거스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늙어감에 따라 근력은 떨어져 간다.”라는 독백과 함께. 전혀 속도가 떨어지지 않은 채 바람을 가르며 뛰어가는 ‘쿠로사와’의 모습에 썩 잘 어울리는 대사였다.

‘쿠로사와’의 아이디어를 들고 만화가를 찾아간 부편집장 ‘이오키베 케이’(오다기리 죠)가 조근조근 진심을 전달하는 장면. 

“저를 포함한 편집부 전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선생님께 응석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훌륭한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시는 선생님께 저희는 경외심을 품으며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원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익숙해졌던 겁니다. 그렇게 집필을 그만두실 정도로 힘들어하고 계실 때 의논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힌트가 되는 대사였다. 힘을 쫙 뺀 연기가 일품이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계획된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고 다시 한 번 인쇄에 돌입하는 일은 여러모로 기쁜 일일 것이다. 출판인에게 ‘중판’(重版)이란 승소, 재계약, 계약 연장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자신의 능력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니. 또, 자신이 좋다고 여기는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참고로, 극중 편집부 직원들이 저녁을 먹은 식당 이름도 ‘중판’(重版)이었다. 우리는 ‘중판’이나 ‘중쇄’(重刷)보다는 ‘증쇄’(增刷)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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