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4 1화 USS 칼리스터(USS Callister) 리뷰

본 기록

by 수련하는 Peter 삐러 2019. 3. 22. 00:15

본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 4 1화 'USS 칼리스터'(USS Callister)를 봤다.

'USS...?'

맞다. 저 유명한 '스타 트렉'(Star Trek) 시리즈에서 우주선 앞에 붙이는 약어다. 어딘지 엉성한 셋트와 촌스러운 유니폼이 의심스럽지만, 가운데 자리에 거만하게 앉은 사람을 "캡틴!"이라 부르며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USS 칼리스터는 누가 봐도 스타 트렉의 패러디이다.

그리고 이건 '캡틴' 로버트 데일리가 만든 게임 속 상황이다.

* 이하 스포일러 포함

로버트 데일리는 가상 현실 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최고기술담당자(CTO). 게임 프로그래밍에는 능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은 꽝이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월튼에게도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제 몫을 요구하지도 못한다. 불쌍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새로 입사한 개발자 나넷이 다가온다. 나넷은 로버트 데일리가 짠 코드가 정말 아름답다며 칭찬한다. 로버트 데일리는 당연히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주변 동료들은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로버트 데일리의 유일한 탈출구는 자신이 만든 가상 현실 게임이다.

이 게임 속에서 로버트 데일리는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는 'USS 칼리스터'의 캡틴이다. 현실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게임회사 직원들은 자신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충직한 부하들로 등장한다. 현실과는 정반대인 상황이지만, 뭐 어떤가. 게임이니까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스토리다. 찐따 너드 프로그래머의 찌질한 일상과 대조되는 게임 속에서의 영웅 행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도 가진 것 하나 없는 빈민가 청년이 가상 현실 게임에서 영웅으로 등극한다는 내용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반전이 있다. 

게임 속 로버트 데일리의 부하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저 가공의 인물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캐릭터들은 로버트 데일리가 게임회사 직원들의 DNA를 몰래 채취한 다음 여기서 얻어낸 생체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하여 게임 속에 그대로 재현해낸 것이다. 생식기가 없는 등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곤 현실과 정말 똑같은 신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조금 께름칙하긴 하지만, 그게 왜 반전일까. 바로 이 캐릭터들이 게임 속으로 들어오기 전까지의 기억을 게임 속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들이 겪은 상황은 한마디로 ‘어느날 눈을 떠보니 나는 게임 속에 들어와었다.’이다. 물론 이 캐릭터들이 실제 현실 속 인물들에 영향을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DNA를 토대로 복제된 개체가 게임 속 세계에서 살아가는 설정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부분은 설정 오류에 가까운 과도한 설정이긴 하다. 보통 DNA 복제를 하면 하드웨어적으로는 동일한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기존의 기억과 의식까지 복사할 수는 없다. 많은 SF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주하는 상황이 아닌가. 자신과 똑같은 신체 정보를 지녔지만 완전히 다른 기억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 개체를 만나는 장면. 기억과 의식을 다운로드/업로드 하는 건 별도의 과정이다.

어쨌거나 이 설정을 받아들이고 나면, 이때부터는 좀 오싹해진다. 게임 속 캐릭터들은 몇 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이 가상 세계를 창조한 로버트 데일리 함장의 절대 권능에 굴복하여 실패하고 만다. 로버트 데일리는 현실 세계에서 깊은 원망을 품고 있던 월튼에게 앙갚음할 목적으로 게임 속에서 아주 참혹하고 잔인한 방식의 복수를 하기도 한다.

이 게임 속으로 신입 개발자 나넷의 복제 캐릭터도 들어오게 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탈출을 시도했고 숱한 좌절을 맛 본 다음 이제는 체념하고 롤플레잉에 충실한 다른 대원들과 달리 나넷은 이 게임을 안에서부터 해킹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이 게임이 완전히 외부와 단절되지 않고 여전히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 있는 나넷을 움직일 방법을 찾는다.

과연 나넷은 로버트 데일리가 짜놓은 이 가상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다고 한들 여전히 게임 속에서 존재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발한 상상력으로 범벅된 서양판 기묘한 이야기 같은 이 에피소드는 코미디와 스릴러와 SF를 매력적으로 배합한 결과물이다. 러닝타임이 조금 길기는 하지만, 분명 즐기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