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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 온천 이니셔티브 — 벳푸의 젊은(?) 시장 나가노 야스히로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어슬렁-로그

by 박세 parxehee 2019.05.1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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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를 하지 않은 고로, 벳푸의 한 버스 터미널에 앉아 유후인행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안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봤다. 소리 없이 자막만 봤다. 일본어가 짧아서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누가 봐도 벳푸시 관관 홍보/안내 영상이었다.

 

그런데 그 영상의 문법이 조금 달랐다. 고퀄리티 영상에 엉뚱한 유머가 섞여 있었다. 작은 가게들을 소개하는데 직원들이 투닥거리며 싸운다거나 전통의 숙박시설을 소개하면서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차례로 원형을 그리는 군무를 춘다거나.

‘대체 이게 뭐지?’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보는데, 첫 번째 사진 속 정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2015년 벳푸시 역대 최연소 시장이 된 나가노 야스히로(長野恭紘)라고 한다. 올해 4월, 벳푸시 최초 무투표 당선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바로 이어지는 영상은 「벳푸 온천의 은혜 갚기」(#別府温泉の恩返し)라는 타이틀의 전국적 캠페인 영상.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으로 전국적인 원조가 있었고, 그때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전국 어디든 벳푸의 온천수를 무료로 배달한다는 내용이다. 전국에서 2,800건 이상 응모를 받았고 실제로 약 90톤의 벳푸 온천수를 배달했다.

내가 본 것은 이 캠페인을 갈무리한 내용인데, 온천수를 실은 차량이 일본 열도 곳곳을 누비는 장정은 정말 볼만했다. 호스나 수통을 이용해 직접 욕조에 온천수를 부어주고, 욕실 출입구에 미니 사이즈 노랭(?)까지 걸어주는 퍼포먼스. 감동적인 사연의 응모가 등장하고, 사연의 주인공이 갓(?) 배달된 따끈한 벳푸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아. 역시, 벳푸 온천수가 최고네요.” 하는 멘트와 노곤한 표정까지 알뜰하게 담았다.

스토리와 컨셉을 매끄럽게 연결한 훌륭한 캠페인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 지진에 대한 원조에 보답한다는 메세지를 내세우면서 온천의 도시는 역시 벳푸라는 포지셔닝을 놓치지 않았다. 일본인의 생활문화 중 하나인 탕 목욕문화와 결부된 재밌는 퍼포먼스로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었다. 일반 가정 뿐만 아니라 요양시설까지 찾아다니며 온천수를 공급하는 장면은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그 다음 이어진 영상은 ‘온천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 spa + amusement park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라는 무제한적 상상력이 돋보인 컨셉 영상이었다.

 


2016년 11월,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은 이 영상을 공개하면서, 100만뷰를 넘길 경우 이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영상 공개 4일 만에 120만뷰를 돌파했고, 현재는 569만뷰를 달성 중이다.

 

처음부터 실행을 예정에 둔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이듬해인 2017년 7월, 벳푸의 불바다(火の海) 축제 기간에 3일 동안 짧게 오픈하는 방식으로 약속을 지켰다. 이 캠페인은 비록 단신일지언정 ‘지구촌 화제’로 다루어지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사화되었다.

최근엔 어떤 캠페인이 진행 중일지 궁금했다.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은 젊은(?) 시장 답게 페이스북 활동도 적극적이어서 금방 알 수 있었다.

2019 럭비 월드컵 경기 —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라고 하지만 럭비가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는 대회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 가 오이타현에서 치뤄지는 이슈를 받아 대나무로 된 목욕 바구니를 럭비공처럼 운반하며 럭비 룰을 설명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있었다.

 


벳푸시는 규슈 동북쪽 오이타현에 있는 인구 13만 명 규모의 도시로 관광 수입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한다. ‘온천’ 하나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았지만, 어딘가 한물 간 느낌이 있었다. 나부터도 벳푸하면 오래된 여행책자의 빛바랜 사진들을 떠올렸고,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도 ‘벳푸에 이렇게 일찍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라고 생각했다.

벳푸시가 효도 관광의 명소라는 이미지를 깨고 전세계 젊은 여행객들에게 매력을 어필 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 기사에 의하면,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은 “관광객 유치보다 벳푸의 팬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런 젊은 리더십의 도전을 보면 가슴이 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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