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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은 주는 것이 아니다 — 알바가 “많이 드렸어요” 하면 무례한 행동인가요?

밈-로그

by 박세 parxehee 2019.06.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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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도움을 주지 말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라는 이야기일까요?

도움!

오늘 아침, SNS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봤습니다.

글쓴이는 카페 파트타이머 직원입니다. 자주 오는 손님에게 음료를 정량보다 더 주면서 “많이 드렸어요” 했고, 이에 대해 손님이 “왜요? 제가 많이 먹을 거 같아요?” 하고 퉁명스럽게 기분 나쁘게 대답했다는 일화입니다.

저는 이걸 [인스타그램]에서 봤습니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1년 전쯤인 2018년 8월에도 한 번 돌았던 글이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래에 이미 유사품이 생겨났습니다. 흔한 어뷰징 수법이죠.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골라 적당히 각색해서 올리고 각종 광고를 덕지덕지 붙입니다.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보세요. 이번에 반응이 괜찮으면 1년 뒤에 또 한 번 회자될 수 있겠네요.


위 글의 내용이 실화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뷰징 행태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잠깐 옆으로 새긴 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합니다.

먼저 위 글의 글쓴이, 즉 카페 파트타이머 직원이 ‘잘못’을 했는가?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잘잘못을 따지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위 글에는 한 쪽의 이야기만 담겨 있잖아요. 글쓴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일 뿐입니다. 손님 입장을 알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위 글만 놓고 다짜고짜 결론부터 내려는 접근을 지양합시다.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입니다.

진리의 '가마니' 짤

다음으로, 글쓴이의 ‘호의’는 언제나 무조건 환영받아야 하는가?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습니다. 나의 호의를 남도 호의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를 아시죠? 위 글이 딱 그런 경우입니다. 위 글에 등장하는 카페 손님이 좀 지나치다? 그런 평가조차 평가자 개인의 잣대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많이 주면 상대방은 좋아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상대방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호의가 계속 되지 않으면 호리병으로 빡...

이렇게도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길을 가다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보았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다짜고짜 도와줍니까? 이쪽에서 저쪽으로 들어서 옮겨줍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여기 참고할 만한 글이 하나 있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장애를 아십니까] 시각장애인 도움 줄 땐 팔꿈치 내밀어 붙잡게 하세요 (한국일보)

제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아래에 인용해봤습니다: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고 해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먼저 묻고, 도움을 요청 받으면 흰 지팡이 반대편에 서서 자신의 팔꿈치를 내밀어 시각장애인이 붙잡게 해야 한다. 흰 지팡이를 만지거나, 잡아 끄는 것은 금물이다. 불쾌할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신체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제적 도움은 도움을 받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으면 간과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먼저 묻기’가 생략되면 받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도움 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도움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누군가 요청이 있을 때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 그게 바로 도움입니다.

자, 내가 도와줬으니 넌 어서 고맙다고 해.

위 상황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손님에게 음료를 내밀며 “많이 드렸어요” 말하는 방법보다는 “저희 카페에 자주 들러주시죠? 감사합니다. 필요하시다면, 서비스로 음료를 좀 더 드릴 수 있으니 편하게 말씀해주세요.”라고 안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안내조차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해볼지 말지는 현장의 공기와 상대방의 분위기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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