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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요원 도전 ⑥ 6일째, 악명 높은 방어 및 탈출 교육

딴짓-로그

by 박세 parxehee 2018.09.0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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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과 5월, 약 8주 간의 주말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의 수상인명구조요원 교육으로 보냈다. 수영강사로 일해보고 싶다는 내 엉뚱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전국의 각 지사마다 특징이 있다는데, 예를 들면 서울지사는 필기 숙제가 많달지, 대구지사는 달리기 훈련이 버겁달지 하는 등이다. 내가 대구지사에서 교육을 받은 것은 순전히 고향이 대구이기 때문이고, 그 핑계로 주말마다 부모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래의 기록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틈틈이 적어뒀던 글을 모은 것이다. (2012. 7. 28.)


6일째

어쨌거나 살아 돌아와서 이 글을 적고 있는 내 자신이 참 대견할 정도로… 힘들었다. 무서웠다. 진짜 하기 싫었다.

언제나와 같이 달리기로 오전 훈련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배웠던 구조법, 즉 수영구조 3개 그리고 장비구조 3개를 이어서 연습했다. 가슴잡이 빼고는 모두 무난하게 해냈다.

점심 먹고, 오전 훈련이 힘들었는지 강습생 한 명이 연락두절…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의 피티… 날도 더운데 진짜 제대로 피티했다. 혹시 내가 지금 공군 교육사에 와 있나… 이건 아닌데…

머리까지 어질어질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아주 짧은 휴식을 가진 뒤에 그 악명 높은 방어 및 탈출을 배웠다. 물 밖에서 간단히 몇 번 해보고 바로 입수.

총 강습생 25명인데, 8명의 강사님들이 붙어서 가르쳐주시니 배우기는 제대로 배웠지만… 그만큼 힘들었다! 막기 2개, 풀기 4개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바로 달려와서 물귀신 입수…

잠깐 설명하자면, 막기에는 가슴막기와 비켜막기 두 가지가 있다. 익수자가 의식이 없다고 판단되어 접근하는 도중에 갑자기 익수자가 달려들 경우에 사용한다. 핵심은 물 밑으로 도망치는 것… 가능한 깊이, 멀리… 쭉… 쭉… 숨 차다고 중간에 올라오기라도 하면, 바로 물 먹는다.

수면에서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어떤가 지켜보며 따라오는 강사님을 보면, 진짜 오싹하다… 그럴땐 죽을동 살동 밑으로… 밑으로… 차라리 빠져죽자는 심정으로 도망가야한다.

풀기는 총 네 가지가 있는데 한 손으로 손목이 잡혔을 때, 양손으로 손목이 잡혔을 때, 앞에서 목을 잡혔을 때, 뒤에서 목을 잡혔을 때 풀고 도망가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핵심은 익수자를 데리고 물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대개의 익수자는 물 밑으로 들어가는 기미만 보여도 바로 풀고 허우적댄다는데… 독한 강사님들은 끝까지 제대로 하나 안 하나 물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양손 손목 풀기랑 앞목, 뒷목 풀기가 잘 안 돼서 한 몇 번은 재시도했다.

재시도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체력 고갈 때문에 더 어렵다. 그래서 하면 할수록 더 안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사정 봐주지 않는다. 가차없이 따라와서 잡고 물 먹이고… 또 먹이고… 방법은 처음에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끝까지 물 속으로 도망가서 나오지 말든가!

나 같은 경우에는 잠영에 자신이 있어서 한 번 잡히면 일단 물에 들어가서 강사를 살피다가 잽싸게 올라와서 숨 크게 한 번 뱉고 다시 강사가 누르면 누르는 대로 깊이 들어갔다가… 좀 참다가… 좀 참다가… 다시 잽싸게 올라와서 숨 크게 한 번 뱉고 이런 식으로 도망다녔더니, 포기하고 그냥 재시도하라고…

그렇게 재시도하는데 잘 될리가 없다. 숨 차고… 두렵고… 하기가 싫고… 강사님의 “퇴수!” 소리가 정말 간절한데… 아무튼 뭍으로 나오면 엎어져서 트림부터 “꺽, 꺼~억”하고 거친 숨을 내몰아 쉬게 된다. 어렵사리 막기, 풀기를 모두 배우고 휴식을 가졌다.

이 때, 또 한 명의 강습생이 그만뒀다…

26명으로 이번 주까지 왔는데, 부상으로 한 명이, 자진해서 두 명이 포기해서 이제는 23명이 남았다. 그리고 포기 의사를 몇 번 밝혔으나, 계속해서 재도전하는 강습생이 한 명있다. 나는 그 강습생 보면서 오늘을 버텼다. 그리고 4명의 독하디 독한 여자 강습생들…

입수하려고 자세 잡고 딱 서는데, 온 몸이 떨릴 정도로 공포가 밀려온다 싶으면 그들을 한 번 삭 둘러보고 그래 차라리 빠져죽자… 포기는 쪽팔려서 안 되겠다…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나간 강습생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아마 아쉬움이 남는다면, 다시 도전하겠지.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까.

휴식이 끝나고, 다시 양 손 물 밖으로 빼고 입영을 좀 하다가… 어제 해봤던 잠영, 중량물 운반을 복습했다. 잠영 할 때는 역시 애국가가 최고다. 4분의 4박자로 부르면 딱 두 소절 끝나기 전에 반대편에 도착한다. 중량물 운반은 횡영 킥이 약한지 조금 버겁긴 하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이제 두 번의 교육이 남았다. 한 번은 총복습을 한다고 하고, 또 한 번은 자체 평가를 한다고 한다. 이 검정을 통과해야 이 과정을 수료하게 되며, 자격 검정에 응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오늘은 숙제도 많다. 여기까지 왔는데, 필기 떨어져서 자격 취득에 실패하고 싶진 않으니 숙제도 기쁜 마음으로 해야겠지.

오늘 물이 얼마나 무서운가 배웠다. 익수자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인명구조 좀 배웠다고 꺼드럭거리다간 같이 죽기 쉽상이다. 내 목숨을 버릴 각오로 물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누가 물에 빠졌을 때 주저없이 몸을 던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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