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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요원 도전 ① 1일째, 기초테스트 합격

딴짓-로그

by 박세 parxehee 2018.09.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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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과 5월, 약 8주 간의 주말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의 수상인명구조요원 교육으로 보냈다. 수영강사로 일해보고 싶다는 내 엉뚱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전국의 각 지사마다 특징이 있다는데, 예를 들면 서울지사는 필기 숙제가 많달지, 대구지사는 달리기 훈련이 버겁달지 하는 등이다. 내가 대구지사에서 교육을 받은 것은 순전히 고향이 대구이기 때문이고, 그 핑계로 주말마다 부모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래의 기록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틈틈이 적어뒀던 글을 모은 것이다. (2012. 7. 28.)


1일째

8시에 나섰더니 9시 전까지는 도착했다. 버스 한 번 갈아탔다.

어릴 적 기억에 두류수영장은 엄청난 언덕 위에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한 블럭도 안 들어간 곳에 실내수영장이 떡 하니 있었다. 입장료는 3,000원이다.

40명 정원에 39명이 접수했다는데, 당일 참석한 사람은 그보다 적었다.

가장 먼저 기초테스트를 했다. 자유영, 평영 각 50M 그리고 잠영 15M, 입영 1분. 어떻게 해도 어색하고 힘이 들어가는 입영이 가장 힘들었다. 평소에는 25M도 거뜬없던 잠영도 긴장을 했는지 준비가 안 됐는지 중간에 조금 힘들었다.

잠영할 때는 절대 앞을 보지 말라고 하는 얘기가 있다. 가야할 거리를 보게 되면 뿌옇고 아득해서, 덜컥 겁부터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숨이 찰 때는 입을 “이-”하고 물을 조금 먹어주면 훨씬 나아진다.

기초테스트에 떨어진 사람이 꽤 됐는데, 대개가 50m를 한 번에 헤엄쳐 본 경험이 없어서, 입영이 힘들어서, 잠영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머리만 수면 위로 올리지 않으면 되는 줄 알고, 정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모종의 설명 후에 기초테스트 탈락자들도 계속해서 같이 교육을 받게 됐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수경을 벗고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계속 수경을 낀 채로 했다. 안경도 간간이 쓸 수 있어서 좋다.

워밍업은 자유영과 평영만 한다. 크롤 영법은 아무래도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평영 발차기. 잘 안 된다. 그래서 앞으로 잘 안 나가고 뒷 사람에게도 피해를… 아무튼 힘들었다.

머리 들고 자유형, 머리 들고 평영, 트리젠 영법(크롤에 평영 발차기)를 배웠다. 머리를 드는 이유는 익수자의 위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머리 들고 평영은 유유히 개헤엄 느낌. 익수자와의 거리가 상당할 때 쓰는 영법이다. 체력소모가 적다. 실제로 별로 어렵지도 않다. 대신 머리 들고 자유형은 몸이 가라앉지 않도록 계속해서 발을 차줘야 해서 체력소모가 크다. 긴급하게 접근할 때 쓴다.

이름도 생소한 트리젠은 체력소모는 적고 빨리 멀리 갈 수 있다는데, 실제로는 체력소모가 가장 심하다. 익숙해지면 좀 달라질까? 머리 들고 자유형과 트리젠 덕에 물 좀 먹었다.

점심은 도시락. 많이 싸갔는데 점심 먹고 구보 – 사회에서도 이런 표현을 쓰다니 – 훈련이 있다고 해서 조금만 먹었다. 상당히 격한 척은 했지만, 진달래 핀 두류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간식으로 고구마와 방울토마토, 초코파이를 가져갔는데 간식타임은 16:00부터 16:30까지 밖에 없다. 그때 저걸 다 먹는 건 무리였고, 고구마 두어개랑 방울토마토를 좀 먹었다. 나머지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 먹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허기가 져서 저녁을 따로 먹기도 했다.

틈틈이 10분간 휴식시간이 있다. 이 때는 찬물을 좀 마셔줬다. 탕이나 사우나에 가서 몸도 녹여줬다.

나오면서 수분크림이나 로션을 발랐는데 아직도 얼굴이 당긴다.

길 건너 버스를 타면서 보니 18:30 정도였다.

레포트를 써오라는데 주제가 하나는 교육과정에 임하는 각오, 또 하나는 자기소개서. 이걸 무려 1장씩이나 써오라니, 도저히 말이 안 된다 싶지만 시키니까 일단은 했다.

강습생이 지각하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을 경우, 벌로 워밍업을 더 가혹하게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자기들이 하고 싶어서 자기 돈 내고 피 같은 주말 이틀 꼬박 바쳐서 참가하는 강습인데, 비록 서른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라고는 해도, 인솔이나 통솔에서 콕 집어 군대식이라고 할 문화가 엿보여 여러모로 씁쓸했다.

계속해서 4‘열’ 횡대로 헤쳐모이라는 둥 ― 4열 횡대는 말이 안 된다, 4열 종대가 맞다 ―, 구보하면서 번호를 붙이면서 가라는 둥, 장교교육대를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이겠고, 그저 밖에서까지 이러니까 참 어색했다, 뭐 그런 얘기다.

이것과는 별개로, 내일 안 올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나부터가 내일 아침에 일어날 자신이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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