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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블로거라니/북로그

끝에서 시작을 돌파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골든아워 1, 2 (이국종, 2018)

강양구 기자의 리뷰를 읽고,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흐름출판, 2018)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나온 대한민국 최고의 기록 문학 가운데 하나”라는 찬사는 오히려 겸손한 표현 같습니다. 저자의 간결·명료한 문장들은 마치 숙련된 외과의의 정확한 손놀림을 보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국종 교수에 대해 가졌던 “삐딱한 시선”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 삐딱한 시선이라는 것은 사실 시샘에 가까운 것이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언론 인터뷰에, 국회 방문에, 방송 출연에, 이제는 책까지 쓰다니….’ 잠시 그런 의심을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국종 교수는 SNS를 안 하네요.)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분명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증외상환자 치료 시스템을 본인이 경험한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그리하여 ‘예방가능사망률’을 줄이겠다는 것. 그 시스템,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 버티고 또 버티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자신을 ‘막장 노동자’에 비유해요. 어두침침한 복도를 지나 수술방으로 들어설 때 거기를 ‘막장’이라 여긴다고 하네요. 자조적인 표현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길의 끝이지만 탄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막장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끝이자 시작인 곳이다.” 어떻게든 출구를 열어가며 돌파해내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드러난 표현입니다. 제가 보기엔 저자 역시 그런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나 이국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틴다.’, ‘대의를 위하여 끝까지 간다.’와 같은 초인적 결의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외려, “밥벌이의 종결은 늘 타인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남이 관두라고 하기 전까지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정도의 마음가짐 입니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죠. 대단한 거죠. 그래도 인간적인 냄새가 나요. 프로야구, 캐치볼 이야기를 할 때는 특히 더.

책을 읽고 있으면, 시샘은 쑥 들어가고 존경심이 불쑥 솟아납니다. 살아있는 동시대인에게 이런 마음을 품게 되다니, 이래도 되는 것일까 싶네요. 이국종 교수와 그의 팀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응원하게 됩니다. 리디셀렉트 덕에 무료로 읽고 있는데, 따로 사서 소장해야겠다 싶습니다. 전자책으로 읽는 이유는 집에 책을 줄이고 싶어서였는데, 이렇게 또 책을 사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