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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꼭 착할 필요가 있는가, 착한 기업 콤플렉스 (이보인, 2015)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꽤 도발적이지만 매우 상식적입니다: “기업이 꼭 착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을 조금 풀어서 써보면, “기업이 법 잘 지키고 이익만 잘 내면 그로써 '사회적 가치’를 다한 것이지, 기부를 포함한 사회공헌사업 — 이 책에서는 ‘착한사업’이라고 표현합니다 — 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매우 당위적이거나(“기업은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 계산적일 것입니다(“착한기업이 이익도 잘 낼 수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기업이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는 주장의 당위성을 의심합니다. 그리고, 착한기업이 이익도 잘 낼 수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부족한 환상(이른바, ‘착한기업론’)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착한기업론’이 조만간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첫째, 기업의 ‘착한사업’들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둘째, 기업의 ‘착한사업’들이 여전히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돌이켜보면, 착한사업들이 정작 기업을 위기 상황(이슈)에서 구하는 역할을 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착한사업들의 존재 이유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다고요. 만약 누군가 착한사업들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 존립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글쓴이는 보여주기식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임직원 자원봉사’를 듭니다. 기업에 별로 도움 되는 구석이 없답니다. 직원들에게 인건비 만큼의 일당을 주고 봉사를 시키느니, 전문적인 봉사자들을 지원하는 게 좀 더 싸게 먹힌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말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임직원에게 따로 봉사휴가를 지급하여 봉사활동을 장려하거나, 본인의 전문성을 살린 활동을 연계해주는 식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흐르면, 글쓴이가 ‘기업 사회공헌 무용론자’인가 싶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쓴이는 여전히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심지어 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유학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 글쓴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업 사회공헌이 더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러므로 존재 이유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기업 내・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중단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런 위험에 처하기 전에 기업 사회공헌이 존재 이유를 찾고 기업들이 계속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할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착한기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합니다.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착한기업 콤플렉스’의 증상들이란, (1) 기업은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2) ‘진정성’을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하며, (3) 개념우선주의에 따라 사업을 개념 안에 꿰맞추고, (4) 기업보단 사회가 원하는 사업을 선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은, (1) 기업이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CSR담당부서 구성원들 뿐이고, (2) 기업사회공헌에서 진정성을 외치는 곳은 공허하며(기업이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은 ‘이익의 극대화’), 오히려 ‘진정성’이 기업 내 CSR담당부서와 타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을 막고 있으며, (3) 외부에서 만들어진 개념들(CSR, CSV, 지속가능경영 등)을 맹목적으로 좇다보면 해당 기업 상황에 맞지 않게 되어 오히려 사업 자체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고, (4) ‘사회적 필요성’만으로는 점점 더 기업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기업의 이익에 연계된 사회공헌’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노력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호한 메시지’에 있으므로 전체 사회공헌 사업들을 하나의 목적 아래 묶어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착한기업 이미지를 얻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올라가고, 주가가 오르고, 구성원들이 만족해 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착한기업 콤플렉스’에 둘러싸인 CSR담당부서 사람들 뿐이다). 사회공헌을 기업의 이익에 연결지어 고민을 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든 진정성에 대한 강박관념도 한몫 했을 것이다. ... 비즈니스와 사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회공헌을 막고 있는 것은 담당자 자신일 수도 있다.” (이 책, 212쪽)

결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담은 사회공헌’, ‘기업에 도움이 되는 여론(=공감여론)을 조성하는 사회공헌’만이 존재 이유가 있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를 위해서 글쓴이는 “전체 사회공헌 사업들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으려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합니다. 또한, 기업의 사업(상품, 재무 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사회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기업에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사회공헌 사업에 미리 심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제 나름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대상 독자층이 매우 좁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을 사람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또는 기업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 NGO 담당자 정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업 밖(?) 시민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런 활동들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다면, 기업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글쓴이가 내부자로서 매우 냉정한 시각으로 기업 사회공헌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쩌면 글쓴이가 현업 실무자로서 기업 내의 다른 부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질문들, 느꼈던 벽들에 대해 오래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답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착한 기업 콤플렉스 - 8점
이보인 지음/KOS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