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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지금도 어려운 ‘관계’에 관하여, 우리들 (2016)

무비-로그

by 박세 parxehee 2018.09.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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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이제 겨우 11살이 된 착하디 착한 ‘선’(최수인 憤)은 어쩐지 친구가 없다. 급우들이 선이를 따돌리는 와중에도 선이는 울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꿋꿋하게 착한 아이다.


평소 그렇게나 친해지고 싶던 ‘보라’(이서연 憤)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날, ‘보라’를 대신하여 학급청소를 해주던 ‘선’이는 다음 학기부터 같은 반으로 전학오는 ‘지아’(설혜인 憤)를 다른 급우들보다 먼저 만난다.


‘선’이는 자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지아’와 방학 내내 진한 봉숭아물과 같이 친밀한 시간을 쌓아간다. 그런데 막상 개학을 하자 ‘지아’는 이유 없이(?) ‘선’이를 멀리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아직 이런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한 ‘선’이. 동생을 잘 챙기고 부모에게 존댓말을 쓴다. 그런 ‘선’이는 친한 친구, 믿을 수 있는 관계 하나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다.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는 ‘지아’가 낯설고, 자신이 아닌 다른 무리와 어울려 심지어 자신을 따돌리는 행동에 동참하는 ‘지아’를 선이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엄마 가계부에서 돈을 몰래 꺼내 비싼 생일선물을 사서 ‘지아’에게 줘보려고도 하고, ‘지아’에게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빴는지 솔직하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지아’는 답을 피할 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복잡한 감정들로 요동치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어림짐작할 뿐이다(“애들이 일은 무슨 일. 그냥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놀면 그만이지.”).


밥벌이에 부모 봉양에 고단한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다. 자신들도 이미 지나온 유년기인데 뭐 대수로울 것이 있겠는가. 어렸을 때는 어려서 어려웠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이가 들어서 어려운 ‘관계 맺기’.


영화 속 어른들처럼 영화 밖 대다수의 어른들도 유년기의 이야기는 묻어두고 산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윤가은 감독이 아이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이토록 세밀하게 묘사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씨네21 인터뷰를 보니, 윤가은 감독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단짝 친구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실로 예민한 감성이다.)


자칫 유치할 수도 있었던 이 드라마를 완성시킨 것은 결국 아이들의 연기력이다. ‘선’이의 얼굴은 클로즈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 순간의 표정만으로 자신이 처한 복잡애매한 상황을 설명해낸다. 감탄하면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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