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곤도 마리에가 말하는 정리의 비법: 한 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by writer Peter 삐러 2019.06.30

‘책이 사는 집’에서 ‘사람이 사는 집’으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장은 늘 부족합니다. 책상 위, 바닥 위까지 책이 쌓입니다. 혼자 살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책을 보면서 그 높이가 마치 제 지성의 자랑이라도 되는 양 흐뭇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문제가 심각했죠.

변화를 위해, 저는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리광’이었고, ‘정리’를 단순한 스킬이 아닌 기예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더난출판, 2012) 입니다. 책을 정리하기 위해 책을 보았다니, 뭔가 역설적이긴 하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보았습니다.)

저에요. 제가 곤도 마리에에요. 뾰로롱.

곤도 마리에, ‘젊은’ 절세고수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저자의 모습은 특이합니다. 1984년생입니다. 중년의 고수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습니다. 여기서 저의 편견이 한 번 깨어집니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의 정리법에는 정말 남다른 노하우가 있는 것일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는 어려서부터 정리에 푹 빠져서 살았다고 합니다. 등하교길에도 정리와 관련된 자료를 보았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방법을 실천하는데 골몰하여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가족들의 물건을 마음대로 버리거나 정리해서 다툼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점에 가면 생활잡지의 관련 코너도 항상 찾아서 봤다고 합니다. 정리도구, 수납도구 같은 것들도 꼭 구입하여 써봤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부활동으로 정리정돈부를 하겠다고 손을 든 유일한 사람이랍니다. 살면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특이합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가기도 합니다.

물건을 모두 바닥에 콸콸콸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한 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그가 말하는 정리의 비법은 한마디로 “한 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어조는 매우 단호합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이 방법이 제일 좋다 수준이 아닙니다. 오로지 이 방법 뿐입니다. 정리란 매일 조금씩 하면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정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더 잘 살기 위한 ‘목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니, 최대한 빨리 단숨에 해치워 버리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충격요법 입니다. 수납상자에 들어 있던 물건들을 모두 바닥에 콸콸 늘어놓습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나에게 있었는지, 여기저기에 숨어 있었는지, 그 광경에 1차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들 속에서 ‘남길 것’만 고릅니다. 이 작업은 매우 직관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찌릿”하고 설렘을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기서 주의할 점. 바닥을 가득 메운 물건들 속에서 ‘남길 것’을 골라낼 때 이성적 판단으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아직 쓸만하다’(기능적 가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정보 가치), ‘추억이 있다’(감정적 가치),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희소가치)를 변명거리로 삼아, 버리기를 주저하게 되고,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면서, 결국 정리는 마무리 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게 됩니다.

정리에도 순서가 있다

그래서 정리에도 순서가 있는 겁니다. 우선, 정리는 장소별/방별로 하는 게 아니고 물건별로 해야 합니다. 물건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난이도가 낮은 의류에서 시작해서 책 → 서류 → 소품 →추억의 물건 순입니다. 의류를 정리할 때도 상의 → 하의 → 외투 → 양말 → 속옷 → 가방 → 악세사리 → 이벤트 물건(수영복 등) → 신발 순으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책 정리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일반 서적 (소설 등) → 실용서 (참고서, 요리 레시피 등) → 감상용 서적 (사진집 등) → 잡지 순으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왜 꼭 이 순서대로 정리를 하라는 걸까, 라는 의문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순간 저자는 매서운 죽비로 내려칩니다: “나의 정리 인생을 통틀어 말하건대, 이 순서대로 정리하면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남겨진 것들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버립니다. 큰 봉투로 몇 개가 만들어질지 모릅니다. 이게 2차 충격 입니다. 그 다음 깨끗해진 집을 봅니다. 이게 3차 충격 입니다. 이런 ‘의식’을 겪고 나면 사람이 바뀌긴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정리를 통해 ‘과거를 처리’하기 때문”에, “정리를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된다고 설명합니다.

자, 이제 책을 정리해보자

책 정리하는 법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제일 큰 이유이니,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책장에서 전부 책을 꺼냅니다. 책장에 꽂은 채로 정리한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 정리의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버리기’ 입니다. 무슨 기준으로? 책을 만져보고 설레는가, 그렇지 않은가. 이때, 절대 내용은 들여다보지 말라고 합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서 입니다.

책을 버리기 힘든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언젠가 읽을 것 같다’ 입니다. 저자는 살면서 이런 핑계를 대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요. 여기서 저자의 뼈 때리는 팩폭 한 번 듣고 가겠습니다:

내 경험상 단언하는데,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누구의 추천을 받아 구입한 책이든, 또는 읽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이든 한 번 읽을 시기를 놓친 책들은 읽지 않게 된다. 그런 책들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구입한 당시에는 읽고 싶었겠지만, 결국 읽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그 책의 역할이다.

 

아시겠습니까. 그 책의 역할은 이미 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맙시다. (아시겠습니까, 나님?) 이어지는 저자의 단호한 조언: “읽지 않은 책들은 과감히 전부 버리자. 여러 해 방치된 읽지 않은 책보다, 지금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읽고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하기도 힘듭니다. 네, 네, 버리겠습니다.

팩트 나가신다

실용을 넘어 철학으로 — 깊이와 감동이 있다

처음에는 이 책을 가볍게 여겼습니다. 기껏해야 정리를 도와준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읽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저자의 정리에 대한 철학은 조금 남다른 깊이가 있었습니다. 정리를 하면 왜 좋은가? 집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 집이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다! 이 수준을 넘어 어딘가 심오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대목 같은 부분입니다:

  • 책을 많이 쌓아두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보의 감도를 높인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깨닫기 쉬워진다.
  • 중요한 것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다. 우리는 물건 하나하나와 마주해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거쳐 존재하는 지금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공간은 과거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
  • 세미나에서 받은 자료는 전부 버릴 것이라는 각오로 수강하도록 하자. 배운 것은 반드시 실행하도록 하자. 오히려 나는 자료가 늘 가까이 있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리를 해서 물건을 줄이면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가치관을 확실히 알 수 있다.
  • 자신이 설레는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물건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마주하는 것으로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때 느낀 감정이 진짜다.
  •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선택의 역사를 정확히 말해 준다. 정리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자신에 대한 ‘재고 조사’다.
  • 지금 갖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1) 지금 마주한다, (2) 언젠가 마주한다, (3) 죽을 때까지 마주하지 않는다, 가 그것이다. 여러분이 어느 길을 택할지는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지금 마주하는 것’이다.
  • 물건을 버리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경험의 연속이다.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 결단력이 키워진다.
  • 완벽히 정리를 끝낸 상태가 되면, 정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므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다음 과제가 명확해진다.

정리를 통해 과거를 처리함으로써 오늘의 내가 현재를 충실하게 살고, 미래를 선명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남길 것인가, 이 직감을 통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고, 이 결단력은 결국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설레지 않는 물건을 과감히 버릴 수 있게 된다면, 그런 결단력을 갖게 된다면, 설레지 않는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고,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일과 방향으로는 나아가지 않을 테니까요.

멋지죠. 정말 마법 같아요. 책장을 덮고 나니 이 책의 제목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 이 과장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 제 앞에 책으로 빽빽한 책장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앞의 책장 속 가득한 책들이 마치 정리되지 못한 과거 같이 보여요. 지금 나는 현재에 충실하고 있는 것일까요? 미래에 대한 비전은 있나요?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침묵…)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설레는 것만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다 버려라. 이 단순한 메세지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매우 간명한 메세지 입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신기에 가까운 수납 요령 같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납은 단순한 편이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장점 덕분에 이 책이 더욱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겠지요. 독자로 하여금 ‘까짓거 어디 한 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