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돈을 적게 쓰는 데에서 나온다. 자본이 없다는 것은 스타트업이 가진 가장 큰 축복이다. 한정된 자원은 창업가를 천재로 만든다.
  •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다. 투명한 정보와 의사결정, 빠른 실행력이 큰 경쟁력이다. 다가오는 리스크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오히려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 견딜 수 있는 만큼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며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실험을 해서 제품시장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이 결과를 통해 투자자를 설득하거나 매출로 연결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
  • 창업가는 매 순간의 경험들을 배움의 기회로 삼아 머릿속에서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주의 깊은 연습을 한 사람들이다. 이런 연습 기회가 많았거나 경험이 독특했던 사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첫째 공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이며, 셋째 아직 실행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 회사의 비전, 제품의 목적과 같이 미래를 고민할 때는 10년 후 신문의 1면에 어떻게 기사가 나오면 좋을지 실제 기사를 작성해보는 방법이 좋다. 당신은 어떤 헤드라인을 보고 싶은가?
  • 거래해야 하는 상대방의 수에 따라 수익모델의 난이도는 거듭제곱의 법칙으로 올라간다. 처음에는 간단한 수익모델로 만들어라. 그리고 거래해야 하는 상대방을 하나씩 이해해가면서 조금 더 복잡한 수익모델을 테스트하라. 
  • 스타트업이 가진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스피드다. 남들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으니까 스타트업이다. 창업가가 해야 할 일은 최소기능제품(MVP)를 만들어서 핵심경쟁력을 검증하는 일이다.
  • 자율성융통성은 스타트업의 특성이다. 환경의 변화에 가장 빨리 대응하고, 필요한 경우에 회사의 목적과 조직체계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원칙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팀원들 사이에 지켜야 할 대전제 같은 것이어야 한다.
  • 창업가가 할 일은 회사의 성장이 임계점에 다다랐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창업가는 재빨리 회사의 자원을 재배분하고 위임해야 한다.)
  • 창업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 10가지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마저 좋아하게 되는 것이 창업가의 삶이다.
  • 창업가가 결코 위임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첫째 채용과 해고 성과보상에 관한 일, 둘째 비전(=구성원들이 날마다 행동하는 기준)과 목표 수립, 셋째 기업문화(=회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공통의 기억)이다.
  • 창업가는 정신이 맑고 명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20% 정도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쉬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반복적인 일은 위임하거나 자동화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 창업가는 제품이 아니라 비전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틀리기 마련이고, 제품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비전이 분명하면 제품의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된다.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음 피보팅을 준비할 수 있다. 
  • 성공하는 사업계획서는 첫째, 간단하고 명확하다. 둘째, 시장자료가 아닌 창업가의 통찰력을 담고 있다. 셋째, 앞으로 하겠다는 것 말고 지금까지 한 일을 담고 있다. 검증된 프로세스를 더 스케일러블하게 실행하려고 적는 것이 사업계획서다.
  • CEO로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시장상황과 팀원들의 의견을 잘 모아 제대로 사업계획서에 담고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한 분기에 딱 한 가지 목표를 팀원들의 머릿속에 넣어두면 그 분기는 매우 순조로웠다.

창업가의 일 - 8점
임정민 지음/(주)북스톤


‘소설가’ 하루키는 자신이 쓰는 ‘에세이’는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설을 쓰고 남은 자투리 생각, 소재를 모아 에세이를 쓴다고. 그러나 이왕 쓰는 만큼 최고의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호오, 좋은 자세로군요, 하루키군.)

책 제목은 맨 처음 실린 글과 중간 어디쯤 실린 글의 제목을 합친 것인데, 그러니까 전혀 관계 없는 두 에세이의 제목을 붙여서 이 에세이집 책 제목을 만든 것이다. 너무 대충이잖아, 싶어서 원제를 찾아보니 «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이다. 역시 에세이 2개의 제목을 이어서 붙였다. 딱히 선정 이유가 있는 것일까. 편집자들이 모여 앉아서 가장 좋았던 에세이를 꼽아봤더니 이렇게 1위, 2위를 했다던가.

그렇게 놓고 보니, 일본어로 된 원제는 순무와 아보카도 둘 다 채소인데, 한국어 번역판은 채소와 바다표범이 등장해서 어쩐지 좀 더 풍부하고 황당한 느낌이 든달까. 순무-아보카도 조합보다는 채소-바다표범의 조합이 좀 더 낯설지 않은가.

각 에세이 말미에 한 두 문장의 유머나 수수께끼나 생뚱맞은 딴 얘기를 써놓았다. 가령 <채소의 기분>에는 “야마노테센의 노선도는 피망 모양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같은. 이걸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최근 읽은 ⟪날마다, 브랜드⟫에서도 이런 구성이 있었다. 저자가 하루키 에세이의 팬이라고 밝혔는데, 관련이 있는 것 같달까.

역시 주말 휴일에는 말랑한 에세이가 좋다.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파티란 다 합해서 열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나직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누구도 명함 교환 따위는 하지 않고, 일 얘기도 하지 않고, 방 저쪽에서는 현악 4중주단이 모차르트를 단정하게 연주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샴고양이가 소파에서 기분 좋게 자고 있고, 맛있는 피노누아르를 따고, 밤바다가 보이는 발코니 위로 호박색 반달이 떠오르고, 산들바람은 향기롭고, 실크시폰 드레스를 입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내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타조 사육법을 가르쳐주는 — 그런 파티다. (p.27)

내게도 에세이를 쓸 때의 원칙, 방침 같은 것은 일단 있다.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 옛날 미국 서부의 술집 피아노에는 ‘피아니스트를 쏘지 말아주세요. 그도 열심히 연주하고 있습니다’ 하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 피스톨, 갖고 있지 않으시죠. (p.34)

이 년쯤 전의 일인데, 보스턴의 펜웨이 구장에서 레드삭스 대 양키스의 시합을 보았다. 3루 측 뒷자리여서 3루수의 수비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양키스의 3루수는 물론 알렉스 로드리게스. 시합이 시작되고부터 끝날 때까지 투수도 타자도 제대로 보지 않고 그의 수비만 관찰했다. 어째서냐고? 그 움직임이 아름다울 만치 훌륭해서. 공 하나하나마다 미묘하게 수비 위치를 이동하여 자세를 바로잡았다. 한 시합에 백오십 번의 피칭이 있었다면 정확히 백오십 번의 까치발을 했고, 마치 표범처럼 온몸에 힘이 넘쳐났다. 그 리듬이 훌륭했다. 어느 공 하나 힘을 빼지 않았다. (p.98~99)

게다가 여자아이들이 책에 사인을 받은 뒤 “무라카미 씨, 키스해주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거짓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뺨에 키스를 했다. 계속 그렇게 하니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사 사람은 “시간 없으니 키스까지는 하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 않았으므로 “아뇨, 작가로서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주장하며 원하는 대로 키스해주었다. (p.110)

수세식 화장실에 ‘대소’ 레버가 있는데, 그걸 ‘강약’으로 하면 안 되는 걸까? (p.111)

수집(마음을 쏟는 대상)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p.123)

고교 시절에 나는 소설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내가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쓰게 되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아니, 책 담았던 상자의 냄새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은 당연한 얼굴로 뭔가 거들먹거리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p.139)

그러나 납작하게 짜부라진 맥주 캔은 뭔가 안쓰럽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어젯밤 비운 알루미늄캔을 아침에 볼 때면 까닭 없이 허무해진다. ‘아아, 또 이렇게 마셔버렸네’ 싶은. 반면 빈병은 언제나 꼿꼿하고 단정하게 바로 서 있다. (p.143)

‘자유로워지다’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잠깐 동안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이다. (p.175)

음악은 그때 어쩌다보니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심히 집어들어 보이지 않는 옷으로 몸에 걸쳤다. /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 / 내가 쓴 글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p.219)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6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비채


최근 우버(Uber)의 브랜드 리뉴얼 케이스을 보면서 ‘브랜드’와 ‘디자인’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 하기사 언어적, 시각적 표현 수단인 디자인을 빼놓고 브랜드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책은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어 브랜드의 본질, 필수 구성요소, 브랜드 전략, 디자인 프로세스, 리서치, 분석, 컨셉 개발을 설명한다.

대학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저자가 디자이너 또는 디자이너 지망생을 위해 썼다. 뒤로 갈수록 실무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겨야 할 입장에서도 참고하면 유익한 것들이다.

원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만들기 - 디자이너를 위한 가이드»(Creating A Brand Identity: A Guide For Designers)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을 정확히 담아낸 군더더기 없는 네이밍이다.

제7장 컨셉 개발에서 소개된 영감을 찾는 법을 아래에 옮겨둔다:

  • 구경하기 - 남들의 창작 세계. ‘잡동사니 수집가’ 접근법.
  • 묻기 -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하고 사색적인 사람들을 모은다.
  • 배우기 - 타깃 오디언스가 사는 세계로 직접 들어가서 그들에게 감정이입.
  • 팀워크.
  • 음악(브랜드의 ‘감성’과 통하는) 감상.
  • 평가하기 - 본 것과 수집한 것을 분석. 그것들이 내게 영감으로 다가온 이유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되새김질 한다. 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한다. 각각의 이미지에 숨은 뜻을 캐고 주석을 다는 작업은 영감의 대상을 해체해서 제대로 알아보게 한다. 생각 되새김질 없는 스케치북은 그저 시작 자료의 의미 없는 모음일 뿐이다.
  • 몽상. 쉬어간다. 무위의 세계로 간다.
  • 항상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닌다.
  • 영감을 주는 이미지들을 바로바로 채집한다.
  • 무조건 시작하고 보는 것도 착상에 매우 효과적이다.
  • 영감을 찾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접어두자. (p.257~257)
브랜드 디자인 - 6점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 지음, 이재경 옮김/홍디자인


책을 읽는데 질문이 앞서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돌이켜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어릴 때는 남들이 읽는 책은 다 읽고 싶었고, 더 어릴 때는 남들이 읽어야 한다는 책을 읽어야 하는 줄 알고 살았다. 손에 집히는 책은 아무 책이나 읽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가급적 남들이 안 읽는 책을 읽으려 한다. 좀 더 늙으면 내가 읽는 책을 남들이 따라 읽어주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로망 아닌 노망.

이 저자의 글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스타일의 글을 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책 따위가 삶을 바꾼다고?’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삶이 바뀌기도 하였을 것이라며 수긍을 하게 된다. 내가 아직 그런 책을 만나지 못하였을 뿐, 또는 내가 읽은 책들이 나도 모르게 내 삶을 바꿔왔을 뿐.

사람들이 흔히 하는 “책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겸연쩍다. 오히려 책 속에서 나는 종종 길을 잃었던 것 같다. 안온한 일상을 뒤흔드는 질문들을 책 속에서 만났고 나를 새벽까지 잠 못 들게 했던 것 같다. 그렇다. 책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고 질문을 준다. 그 질문이 다음 책 그 다음 책으로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8점
정혜윤 지음/민음사

이 책의 특장점은 여느 기획방법론 책들과 달리 굳이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그게 왜 특장점인가. 좋은 이야기는 독자를 참여시킨다.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 유사 경험을 내재화한다. 실제로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도 내용이 선명히 기억났다. 주인공인 5년차 광고인 김지학 대리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상황, 내부 경쟁 PT에서 패배한 그의 당혹감, 팀을 옮기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집념, 새로운 팀에서의 변화, 배움, 도전 등등.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습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의 각도를 넓혀라.” 생각을 깊이 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각도를 넓히라는 말은 좀 낯설다. (물론 다양한 각도로 접근을 하라는 말은 많이들 쓴다.) 저자가 정의하는 ‘통찰력’을 ‘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사물과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각도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항상 같은 각도로만 보던 사람은 그 각도에 익숙해서 그것에 익숙해진 사실 조차 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이 통하려면 그 자신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대체 어떤 생각이 고정관념인지부터 알아야 할 터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이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크게 일곱 가지이다:

①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②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③ 입체적으로 생각한다.

④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⑤ 프로세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⑥ 진짜 문제를 생각한다.

⑦ 숫자를 믿지 않는다.

먼저,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의 스위치를 항상 켜두라는 말이다. 당연하지! 정말 당연한가? 전문가의 의견도 최대한 다른 각도에서 최대한 냉정하게 의심해보자.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관념은 우리를 구속하는 생각,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이지만 그 한계점을 극복할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을 찾으려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원래 그런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앞에서 멈춰 서는 연습을 해보라. 고정관념을 찾으면 반대로 생각해보라.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의심은 해보라.

입체적 사고란 “주어지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의 단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의 각도를 펼쳐 입체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습관”을 말한다(p.183) 이 습관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정의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

회의 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터무니없다거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또는 단면적 사고를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인내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접근해보자. 이것은 아이디어를 찾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회의에 임하는 좋은 자세이기도 하다. 회의 때는 받아적기보다는 질문을 하며 그 생각의 궤적을 좋고 나의 의견과 갈라지는 부분을 체크해두자.

프로세스를 중시하되 프로세스에 갇히지는 말자. 프로세스는 때로 의심의 여지를 지워버린다. 프로세스에 생각을 지배당하지 말고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지배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순화하면 결국 ‘목표’, ‘해결과제’, ‘해결방안’ 이 세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아이디어 발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문제 설정’이다. 부정적인 상황 자체를 문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현상(phenomenon)과 문제(problem)은 다르다. (이 부분은 #기획은2형식이다 by Charlie Nam 참고)

숫자는 힘이 세다지만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특정한 의도’에 취약한 면이 있고 그래서 얼마든지 그릇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숫자는 숫자로 명시된 사실 이면의 맥락을 ‘단면화’하여 우리의 입체적 사고를 방해한다. 소비자 조사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고, 그들에게는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습성이 있다. 조사는 인사이트의 부족을 메우는 보완재일 뿐이다.

읽으면서 가장 머리가 시원해졌던 부분은 아래, 주어진 문제(30~40대를 핵심 타깃으로 출시된 음료를 어떻게 더 잘 팔 것인가?)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타깃을 설정함으로써 문제 설정 자체를 새로 해버리는 대목:

“우리는 그것을 조사의 오류 혹은 조사 분석의 오류로 생각했어요. ... 우리도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대신 OOO에서 묻지 않은 질문 하나를 더 포함시켰죠. ‘찌뿌듯하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여러분은 보통 무엇을 원하게 되는가?’ ... 그 결과 애석하게도 ‘음료로 머리를 맑게 하겠다’는 대답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30~40대 직장인들은 ‘사우나에서 쉬고 싶다’, ‘산책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던 거에요. ...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어쨌든 업무를 피해 잠시나마 쉬는 거예요. 그것이 그들의 진짜 욕구죠. 김 대리가 파악한 건 그들의 진짜 욕구라기보단 포장된 욕구가 아닐까 싶어요.”(p.345)

마지막으로, 영국 끝자락에서 런던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스케 팀장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 확인하시길.) 나의 대답은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 10점
서재근 지음/휴먼큐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꽤 도발적이지만 매우 상식적입니다: “기업이 꼭 착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을 조금 풀어서 써보면, “기업이 법 잘 지키고 이익만 잘 내면 그로써 '사회적 가치’를 다한 것이지, 기부를 포함한 사회공헌사업 — 이 책에서는 ‘착한사업’이라고 표현합니다 — 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매우 당위적이거나(“기업은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 계산적일 것입니다(“착한기업이 이익도 잘 낼 수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기업이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는 주장의 당위성을 의심합니다. 그리고, 착한기업이 이익도 잘 낼 수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부족한 환상(이른바, ‘착한기업론’)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착한기업론’이 조만간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첫째, 기업의 ‘착한사업’들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둘째, 기업의 ‘착한사업’들이 여전히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돌이켜보면, 착한사업들이 정작 기업을 위기 상황(이슈)에서 구하는 역할을 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착한사업들의 존재 이유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다고요. 만약 누군가 착한사업들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 존립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글쓴이는 보여주기식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임직원 자원봉사’를 듭니다. 기업에 별로 도움 되는 구석이 없답니다. 직원들에게 인건비 만큼의 일당을 주고 봉사를 시키느니, 전문적인 봉사자들을 지원하는 게 좀 더 싸게 먹힌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말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임직원에게 따로 봉사휴가를 지급하여 봉사활동을 장려하거나, 본인의 전문성을 살린 활동을 연계해주는 식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흐르면, 글쓴이가 ‘기업 사회공헌 무용론자’인가 싶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쓴이는 여전히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심지어 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유학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 글쓴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기업 사회공헌이 더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러므로 존재 이유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기업 내・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중단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런 위험에 처하기 전에 기업 사회공헌이 존재 이유를 찾고 기업들이 계속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할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착한기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합니다.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착한기업 콤플렉스’의 증상들이란, (1) 기업은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2) ‘진정성’을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하며, (3) 개념우선주의에 따라 사업을 개념 안에 꿰맞추고, (4) 기업보단 사회가 원하는 사업을 선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은, (1) 기업이 당연히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CSR담당부서 구성원들 뿐이고, (2) 기업사회공헌에서 진정성을 외치는 곳은 공허하며(기업이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은 ‘이익의 극대화’), 오히려 ‘진정성’이 기업 내 CSR담당부서와 타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을 막고 있으며, (3) 외부에서 만들어진 개념들(CSR, CSV, 지속가능경영 등)을 맹목적으로 좇다보면 해당 기업 상황에 맞지 않게 되어 오히려 사업 자체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고, (4) ‘사회적 필요성’만으로는 점점 더 기업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기업의 이익에 연계된 사회공헌’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노력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호한 메시지’에 있으므로 전체 사회공헌 사업들을 하나의 목적 아래 묶어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착한기업 이미지를 얻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올라가고, 주가가 오르고, 구성원들이 만족해 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착한기업 콤플렉스’에 둘러싸인 CSR담당부서 사람들 뿐이다). 사회공헌을 기업의 이익에 연결지어 고민을 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든 진정성에 대한 강박관념도 한몫 했을 것이다. ... 비즈니스와 사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회공헌을 막고 있는 것은 담당자 자신일 수도 있다.” (이 책, 212쪽)

결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담은 사회공헌’, ‘기업에 도움이 되는 여론(=공감여론)을 조성하는 사회공헌’만이 존재 이유가 있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를 위해서 글쓴이는 “전체 사회공헌 사업들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으려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합니다. 또한, 기업의 사업(상품, 재무 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사회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기업에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사회공헌 사업에 미리 심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제 나름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대상 독자층이 매우 좁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을 사람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또는 기업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 NGO 담당자 정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업 밖(?) 시민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런 활동들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다면, 기업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글쓴이가 내부자로서 매우 냉정한 시각으로 기업 사회공헌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쩌면 글쓴이가 현업 실무자로서 기업 내의 다른 부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질문들, 느꼈던 벽들에 대해 오래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답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착한 기업 콤플렉스 - 8점
이보인 지음/KOSRI


2018년 9월 한 달, 꽤 많은 책을 뒤적거렸지만 끝까지 다 읽은 책은 결국 아래의 아홉 권이다.

  1. 본질의 발견
  2. 팔다’에서 ‘팔리다’
  3. 파워풀
  4. 나는 오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5.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6. 삶의 정도
  7. 스틱!
  8.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9.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

‘완독’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끝까지 다 읽지도 않은 책에 관하여 이러쿵 저러쿵 쓰는 건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깐이라도 손에 들었던 책으로는,

  1. 꽂히는 말, 팔리는 말
  2. 기브앤테이크
  3. 유럽 커뮤니티 탐방기
  4. 대통령의 글쓰기
  5. 에디톨로지
  6. 날마다, 브랜드
  7. 영원한 이방인
  8.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9. 통섭과 투자


“삶의 바른 길.” 이 책의 제목이자 이 책 제12장의 제목인데, 참으로 거창하다. 책 표지에 써 있는 “윤석철 교수의 제4의 10년 주기 작(作)”이란 문구는 읽는 이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내가 감히 이런 책을 읽어도 되는가 하는 고민이 든다.

그러나, 실은 아주 친절한 책이다. 짜임새 있고 세밀한 목차(3부 12장)는 이것만 읽어도 대강의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본문 중간중간에 독자의 이해를 도울 목적의 상세한 예시, 설명이 달려있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전체 내용, 즉 ‘삶의 정도란 무엇인가’, 를 단 세 문단으로 요약・정리까지 해준다. (아래)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다는 말은 인간을 격려하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 인간의 능력은 엄연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능력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런 도구를 ‘수단매체’라고 정의했다.

수단매체 중에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물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나 지혜 같은 지적 수단매체, 그리고 주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일 같은 사회적 수단매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수단매체가 훌륭해도 그것을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삶의 정도이다. (270~271쪽)

쉽고 편하게 읽기는 했는데, 막상 책을 덮고 보면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의 답을 구하려는 듯 하다가 기업-사회-국가 차원으로 스케일이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가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차원이 달라도 이를 관통하는 원리는 다르지 않다는 뜻일 터. 과문(寡聞)의 탓으로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리기는 역부족이다.

“인간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어머니가 아프시면서, 총총이의 아빠가 되고나서, 나에게는 모든 것을 할 능력도 의지도 자원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련하다. 어느 순간, 내 삶의 목적함수가 흔들리면서 그에 적합한 수단매체를 형성・축적하는 일에도 게을러졌다. 반성한다.

세상이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복잡함을 떠나 ‘간결함’을 추구하라는 그 첫 부탁이 오래 남는다.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인간 삶의 세계를 분석하는 이 책의 핵심 구조도 매우 간결하다. 선명하다. 이토록 간결하고 선명하게 내 삶의 ‘목적함수’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인가. 잠시 잊고 있다가 이 책을 통해 다시 찾은 과제이다.


삶의 정도 - 6점
윤석철 지음/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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