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블로거라니/무비로그

(28)
MJ 헤거, 문 DOORS #Doors ‘퇴역 군인이자 엄마, 텍사스 사람’으로서 텍사스 31번 선거구의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지명된 MJ 헤거(Mary “MJ” O. Jennings Hegar)의 선거 홍보 영상. 제대로 바이럴을 탔고, 덕분에 후원금도 많이 모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선거 홍보 영상”이라는 평도 있었다. 오카시오-코테즈의 선거 홍보 영상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좀 더 ‘영화’ 같다. 실제 그의 삶도 영화 같다. 이 영상의 제목이기도 한 ‘문’(door)은 MJ 헤거가 평생을 살면서 맞닥뜨렸던 숱한 난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나의 삶이란 내 앞에 놓인 모든 문들을 열고, 밀고, 때로는 발로 차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라고 말한다.위키피디아에 적혀있는 그의 군 관련 경력은 정말 대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변화를 위한 용기 THE COURAGE TO CHANGE The #Courage to #Change올해 6월, 미국 뉴욕주 14선거구(퀸스, 브롱크스) 민주당 경선에서 10선의 현역 하원의원 조 크롤리(Joe Crowley)를 꺾고 당의 후보가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Alexandria Ocasio-Cortez)의 홍보 영상이다.아침. 출근하듯 집을 나서는 모습. 자신의 출신과 배경을 알리는 사진 2장. 지하철을 기다리고,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뉴욕 빈민 지역에서 마천루와 부촌을 바라보는 시선. 이 영상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I am you.오카시오-코테즈는 만 28세, 노동계급 출신(“working class newyorker”) 푸에르토리코계 여성으로서 정치 경력이라고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선..
천옌시가 다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 Are the Apple of My Eye, 2012) 대만 청춘 로맨스물. 저우제룬, 구이룬메이 주연 ⟨말할 수 없는 비밀⟩(Secret, 2007)에 비해 몇 배나 더 좋았다는 지인의 평을 듣고 보았지만, 보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 영화가 몇 배나 더 소란스럽고 몇 배나 더 유치하기는 하다.이런 류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 첫사랑의 대상인 여자 주인공은 이쁘면 이쁠수록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형편 없으면 형편 없을수록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역을 맡은 천옌시는 그 조건에 정확히 부합한다. 이 영화를 통해 대만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다고 한다.극중 저질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장난 정돌 치부되는 행동들은 요즘 세상에서는 사회면 뉴스감이다. 성인과 비슷한 발육상태인 소년이 집에서 나체로 생활하는 모습이나 대학 남자 기숙..
축복한다, 어떠한 조건도 없이…, 코코 (Coco, 2017) 코코?영화 ‹코코›의 ‘코코’는 영화 포스터 속 기타를 둘러맨 주인공 남자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미겔’이었다! 그럼, ‘코코’는? ‘미겔’의 증조할머니, 즉 ‘미겔’의 아버지(‘엔리케’)의 어머니(‘엘레나’)의 어머니를 부르는 이름이다.주인공 ‘미겔’은 ‘망자의 날’(el Día de los Muertos)라는 멕시코 전통 명절에 어떠한 계기로 저승으로 넘어가 자신의 증조할머니(‘코코’)의 어머니, 즉 고조할머니(‘이멜다’)를 만나고 고조할머니의 형제들(‘오스카’, ‘펠리페’)를 만나고 증조할아버지(‘훌리오’)와 증조할아버지의 누나(‘로지타’)도 만나고 어떠한 이유로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를 찾아다니게 된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리베라’ 가문(The Riveras)의 이야기이다. (남미를 ..
그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참혹한 범죄로 딸을 잃은 한 여성이 미주리주 에빙 외곽 도로 근처 대형 옥외 광고판(빌보드) 세 개의 사용권을 산다. 딸의 사체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적는다.‹죽어가는 동안 강간을 당했어.›‹그런데 아직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고?›‹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왈라비 서장?› 그러니까 이 광고문은 딸이 비참한 죽임을 당하고 벌써 몇 달이 흘렀음에도 아직 사건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무능한 경찰에 대한 일종의 저격글인 셈이다.새 도로가 뚫리고 나서 오가는 차가 거의 없는 한적한 외곽도로, 사실상 방치된 광고판에 불과했지만, 소도시 에빙에 가해진 파장은 작지 않았다. 왈라비가 서장으로 있는 에빙 경찰서가 발칵 뒤집힌다.경찰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사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그때도 지금도 어려운 ‘관계’에 관하여, 우리들 (2016) 초등학교 4학년, 이제 겨우 11살이 된 착하디 착한 ‘선’(최수인 憤)은 어쩐지 친구가 없다. 급우들이 선이를 따돌리는 와중에도 선이는 울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꿋꿋하게 착한 아이다. 평소 그렇게나 친해지고 싶던 ‘보라’(이서연 憤)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날, ‘보라’를 대신하여 학급청소를 해주던 ‘선’이는 다음 학기부터 같은 반으로 전학오는 ‘지아’(설혜인 憤)를 다른 급우들보다 먼저 만난다. ‘선’이는 자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지아’와 방학 내내 진한 봉숭아물과 같이 친밀한 시간을 쌓아간다. 그런데 막상 개학을 하자 ‘지아’는 이유 없이(?) ‘선’이를 멀리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아직 이런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한 ‘선’이. 동생을 잘 챙기고 부모에게 존댓말을 쓴다. 그런 ‘선’이..
NASA의 여성들,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16) 미국과 소련이 이른바 ‘우주 경쟁’(Space Race)을 하던 1960년대 당시 미국의 흑백 인종차별이 얼마나 치사하고 추잡하 뻔뻔한 짓거리였는지 알 수 있는 영화. 인종을 기준으로 학교를 나누고 버스를 나누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었는데, 화장실을 나누고 (하긴 학교와 버스를 나누는데 화장실을 같이 썼겠는가) 커피포트를 나누다니. 내 치사하고 더러워서 정말. 실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였던 흑인 여성 세 명이 주인공. 이 세 주인공은 시종일관 멋지다. 제일 멋진 장면은 새로이 도입되는 IBM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란을 공부하는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분)이 공립도서관에 갔다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나면서 포트란Fortran 교재를 몰래 훔쳐나오는 씬이다. 같이 도서관에 갔던 아들..
제다이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스타워즈 전체 시리즈를 놓고 보면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는 시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슬프디 슬픈 한 편의 우주 서사이다. 이후, 내용상 이어지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무려 행성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가진 ‘데스 스타’가 어찌 저항군의 전투기 몇 대의 침투로 박살이 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영화이다. 전쯔단(甄子丹)이 제다이로 나오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고 봉술 잘 하는 맹인 사이비 포스교 신자로 나온다. 제다이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스타워즈라니, 그런데도 재미있다니.
목적 있는 수단은 정당화된다,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2016)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러면서 자기 앞가림까지 철저하게 하는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분)의 이야기이다. 일은 완벽에 가깝게 처리하지만 불면에 시달리고 자주 약을 찾을 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 호텔에서 남자 에스코트를 불러서 관계를 갖는 등 사생활도 깨끗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인간적 결함들 때문에 이 로비스트가 내면적으로 무너진다거나, 갑자기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관천선한다거나 하는 일은 다행히 없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 냉혈한 캐릭터로 쭉 밀고 나간다. 그렇게 드라마를 완성한다. 그 점이 정말 좋았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 것이 다행이었다. 잘 짜인 각본에 세련된 연출. 정말 몰입하면서 재밌게 봤는데, 미국이고 한국이고 흥행참패였다고. 같은..
자유를 거세한 사랑에 대한 잔혹한 우화,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이 영화 속 각 공간이 의미하는 바에 주목해본다. 공간은 크게 도시, 호텔, 숲으로 나뉜다. 짝을 이룬 자들은 ‘도시’에 산다. 짝을 잃은 자들은 ‘호텔’에 모인다. 그리고 짝 없이 혼자 살겠다는 이들은 ‘숲’으로 간다. ‘도시’는 혼자 있는 자들을 검문한다. 짝과 함께 다니지 않는 자들에게 신분증명을 요구한다. ‘호텔’에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짝을 이룰 것을 강요 받는다. 짝을 이루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서 호텔 밖으로 내쫓긴다. ‘숲’에서는 짝을 이루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덫에 발이 걸리더라도 혼자 살아남아야 하고 자기 손으로 판 무덤 ― literally, 무덤 ― 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해야 한다. ‘도시’에는 혼자 있을 자유가 없고, ‘호텔’에는 짝을 이루지 않을 자유가 없으며, ‘숲’..
관념과 실재의 지독한 추격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건조하다. 사막의 모래바람. 그리고 보안관 역을 맡은 배우의 갈라져 있는 피부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보다보니 갈증이 날 지경이다. (어째서 영화 속 인물들은 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않는단 말인가.) 이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추격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약거래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돈가방을 들고 튄 '르웰린 모스'를 '안톤 쉬거'가 쫓는다. 그리고 보안관 '에드'는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안톤 쉬거'와 '르웰린 모스'를 쫓는다. '안톤 쉬거'는 고작 '유머를 좀 알지 못하는' 수준의 악인이 아니다. 도무지 적당한 마무리라는 것을 모르는 인물로서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지 않는 것에 관하여 어떠한 필요 또는 불필요를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극 중 '안톤 쉬..
투팍의 일대기, 올 아이즈 온 미 (All Eyez On Me, 2017) 투팍(2Pac)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1971년 뉴욕에서 태어나 볼티모어, 캘리포니아를 거쳐 1991년 로 데뷔하고 1996년 를 내놓고 그해 라스베가스에서 총에 맞아 숨질 때까지. 그의 일생을 ‘아주 성실하게’ 담았다. 타고난 문학적 감수성으로 흑인 빈민, 곧 자신의 삶을 노래했고 영화 연기까지 했던 예술가적 면모, 흑표당(黑豹黨, Black Panther Party) 일원이었던 어머니의 영향과 사회적 파장의 중심에서 자신의 노선을 분명히 했던 운동가적 면모, 두 명의 경찰을 총으로 쐈고 성폭력 사건에서 유죄를 받았으며 사망 당일 폭행사건에 가담했던 문제아적 면모까지. 이 모든 것을 한 편의 영화에 다 우겨넣다보니 이미 투팍의 삶을 다룬 바 있는 다큐멘터리 (Tupac: Resurrection,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