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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오늘 오후에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전에 제출된 질문들 중 하나를 골라서 답을 해야 했는데, “다시 대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대학생 때 반드시 하여야 할 일은?” 같은 질문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나도 대학생 때 이런 부류의 행사에 참여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때도 사전 질문을 하나씩 써내라는 주최측의 지시사항에 따라 손가는 대로 아무 질문이나 써낸 적이 있고 지금은 무슨 질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그렇기에 그 질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잘 알면서도, 어쨌거나 그 자리에 모인 대학생들이 아무렇게나 써낸 질문 중 여러 개가 공통적으로 ‘대학시절에 꼭 하여야 할 것’을 묻고 있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기하다.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
얄미운 S벅스, 벌써 내년 다이어리를 고민하게 만들다니 슬슬 내년 다이어리를 뭐로 정할지 고민하는 시기. 이 고민에 불을 지핀 건 단연 스타벅스. 10월 말부터 크리스마스/연말 프로모션을 시작하는 심보가 얄밉다. 내년 것은 올해 것에 비해 크기/종류/디자인이 다양해진 것 같아서 더 얄밉다.(작년 연말, 나의 즉흥적인 원기옥 요청에 응답하여 순식간에 e-스티커를 모아준 친구들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덕분에 마감 당일에 플래너를 구할 수 있었어요. 그 플래너는 결국 아내의 것이 되긴 했지만요.)역시 작년 연말, 베스킨라빈스 프로모션으로 받았던 다이어리(몰스킨 medium)도 크기/구성이 괜찮았는데, 실사용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제품의 문제가 아니고 생활 패턴이 바뀐 탓이다.일정은 모두 구글 캘린더로 관리한다. 중요 일정은 사무실 탁상용 캘린더에 한 ..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이 책이 그저 답답한 옛 이야기로 읽히길,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2016) 책을 읽고 나니 이 소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를 알겠다: 짧다. 간결하다. 읽기 쉽다. 그러니 많이들 읽고, 또 많이들 언급한다.내 얘기 같고, 내가 아는 사람 얘기 같다. 그만큼 소재가 평범하다.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미 읽은 적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아, 이렇게도 소설이 되는구나.’ 게다가,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니.그 소름 끼치는 평범함이 바로 이 소설이 가진 힘이라면 힘일 것이다. 내 주위 독자들이 공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거 내 얘기, 내가 아는 사람 얘기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여기 있다.’이 책을 아내와 함께 읽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읽었을 때의 감상은 ‘답답해서 미치겠다’ 였는데, 아내와 대화를 나눈 다음에는 그 ..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위한 능력,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2015) 매년 어마어마한 수의 신간이 나오는 시대에 2015년 출간된 책이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는 점은 실로 놀랍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과 하코다테 츠타야서점 그리고 다케오시립도서관에 대한 열렬한 반응 덕분일 터. 대단한 내용 있겠나 싶어 외면했다가 작고 가벼운 판형에 이끌려 결국 집어들었다.저자 마스다 무네아키(增田 宗昭)는 츠타야서점을 만들고 다케오시립도서관(武雄市図書館)을 기획한 장본인. 그는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이 시대를 이른바 “서드 스테이지3rd stage”로 정의한다. 상품과 플랫폼이 범람하는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가치 있는 ‘라이프 스타일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이며 고도의 지적 작업이..
편지가 전하는 힘 — ⟨연의 편지⟩ (조현아) @ 네이버 웹툰 ‘수작’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더도 덜도 말고 딱 10부작. 이 안에 흥미롭고 신비로우며 따뜻한 이야기를 차분히 쌓아올렸다. 빼어난 작화는 한 편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 속 편지는 탐색의 대상이요, 우정과 사랑의 매개체다. ‘연’이 남긴 편지가 ‘수리’를 ‘동순’에게 이끌고, 이 둘은 함께 ‘연’의 편지를 찾으며 우정을 쌓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친구 ‘연’에게 닿고자 그가 남긴 다른 편지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이 작품 속 나의 마음을 울렸던 편지는 또 다른 누군가가 ‘수리’에게 보낸 것이었다. 너는 잊은 줄 알았건만…, 잊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 그 편지였다. 그 덕에 ‘수리’는 스스로 만든 생각의 성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편지의 힘이다. 마음..
청춘, 이불킥의 나날들, 돌아보면 그리울, 레이디 버드 (Lady Bird, 2017) ‘레이디 버드’는 ‘크리스틴’(시얼샤 로넌Saoirse Ronan)이 직접 지은 자신의 이름이다. 부모 품을 떠나 멋진 동네로 훨훨 날아가고픈 소망을 꾹 눌러담은 작명이랄까. 초등학교 때였나. 처음으로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 때가 떠오른다.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이 아닌 나를 지칭할 새 단어를 찾아야 했던 그 짧은 순간의 묘한 설렘이 기억난다. 어떻게든 멋진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 영어사전을 뒤적였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무거운 질문에 나는 무엇이다, 라고 과감한 답을 내밀 수 있는 무모한 용기.그래도 그 이메일 아이디를 실제 생활에서까지 “안녕. 나는 ⃝⃝이야.”라고 하면서 말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라고 생각하지 않나, 보통?그러나,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는 다르다! ..
4인4색,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젊은 마케터들의 일, 영감 그리고 취향,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이승희, 정혜윤, 손하빈, 이육헌, 2018)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젊은 마케터 네 사람의 일, 영감 그리고 취향에 관한 이야기. 왠지 비슷할 것 같은 네 사람의 공통점 만큼이나 차이점이 많아서 신기하다.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궁금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획물. 다만,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허무한 결론. 빛나는 커리어를 쌓아올린 이들의 회고적 무용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사람들의 고민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글이라서 좋았다.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블로그 운영을 추천합니다블로그가 마케팅을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어요. 우선 블로그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과 채널에 ..
파워게임의 법칙에서 배우는 승자의 공통점 5가지 딕 모리스(Dick Morris)가 쓴 《파워게임의 법칙》(POWER PLAYS: Win or Lose--How History's Great Political Leaders Play the Game)에 따르면, 파워게임의 승자에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용기겸손함도덕적 규율에 대한 두려움낙관적이고 유쾌한 사고올바른 원칙첫째, 용기. 과감성은 승리의 요건 중에서도 필수 요건이다. 적대적인 상대와의 싸움은 역사나 인생에서 불가피한 요소이다. 용기는 무기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용기의 반대인 두려움은 꼼수를 부르게 된다. 두려움은 비도덕적인 방법에 대한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리더라면 때론 잔혹한 방법, 비도덕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때가 있다. 하지만 용기를 가..
산책하러 가기 좋은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 MINARI HOUSE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 낙산공원에서 이화장 쪽으로. 산책하기 참 좋은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1층에서 허승희 작가의 개인전 를 하고 있었다. 2층은 코워킹스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는 모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 개봉한 해에 봤다면 두말없이 올해의 영화로 꼽았을 듯. 이야기의 힘, 영상, 음향. 허투루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잘 압착된 고농도 고밀도 작품이다. 흡입력과 몰입감이 대단하다. 과장을 좀 보태서 주변 산소 농도가 옅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 포스터만 보고 와 비슷한 영화려나 생각했는데, 완전 딴‘판’이었다. (‘메데인 카르텔’이 언급되므로 배경이 겹치기는 한다.)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의 작전 현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그 이후에도 그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에 마치 그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배후의 더 큰 이야기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 빤한 수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효과적이었다. 결국 그는 더 큰 이야기의 중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에 머무른다. 그와 동일시 되는 관객 ..
베르크 로스터스 (WERK ROASTERS), 부산 서면 전포동 커피 카페 부산 로컬 힙스터들만 간다는 베르크 로스터스 (WERK ROASTERS) 다녀왔다. ‘전포동 카페거리’가 있는 동네(부산 지하철 2호선 전포역 부근)이긴 하지만 큰 길을 한 번 건너야 갈 수 있다. 모바일로 맵 켜고 골목 골목 찾아가는 맛. 주문을 지하 1층에서 한다. 중간에 놓인 파란색 스탠딩 테이블에서 바리스타와 마주 보며 주문을 하면 된다. 커피와 빵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낮에 테라로사 커피를 마시고 와서 그런가. 커피 자체에 큰 감흥은 받지 못했다. 2층의 모습은 이렇다. 교회, 성당 같은 종교기관에서 쓰는 긴 의자가 놓여져 있다. 별 다른 마감 없이 벽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사카모토 류이치가 연주했을 법한 음악이 크게 울려퍼진다. 대낮엔 대체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영혼을 치유하는 공간, 이터널 저니 (ETERNAL JOURNEY), 아난티 코브 (ANANTI COVE), 부산 기장 ‘책’을 주제로 한 모든 공간들을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가봤던 곳들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Eternal Journey”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너무 거창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아난티 코브의 태그라인 “A Spirit of Journey”를 확인하고는 꽤 괜찮은 네이밍이라고 수긍했고, “Soul Clinic of Ananti”라는 설명도 괜찮았다. 주제별 서가는 물론 주제별 매대도 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가 없이 매우 세심하게 기획된 느낌을 받았다. 기획자의 편집력이 한껏 발휘된 결과물을 둘러보며 즐거웠다.“완역본” 옆에 “진짜의 힘”이라고 써붙인 것이나 “핑크” 책들, “서울-부산 KTX 소요시간 2시간30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책 ..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2017) 북유럽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멀고도 먼 감정적인 거리는 어려서 형성되기 시작해서 날마다 강화된다. 누구에게도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는 문화에서 자라는 것,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지내니?’ 하는 일상적인 인사도 아주 개인적인 질문이어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화 말이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훈련을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절대 입에 올리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배우는 문화 말이다.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인지도..
어렵고 어려운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해법은 결국 독자!, ⟨중쇄를 찍자!⟩ (重版出来‬!), 제3화 ⟨중쇄를 찍자!⟩ 제3화. (참고: 제1화, 제2화) 초인기작 ⟪츠노히메사마⟫의 담당편집자가 된 ‘쿠로사와’와 그의 옆자리에서 앉아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편집자 ‘미부 헤이타’(아라카와 요시요시) 둘이서 에피소드를 이끈다. 두 사람의 공통 이슈는 편집자로서 만화가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해법을 미리 밝히자면 그것은 독자. 처음도, 끝도 독자. (처음도, 끝도 고객!)‘쿠로사와’는 담당편집자가 되어 연재분 마지막에 들어갈 카피 문구 고민에 직면한다. 이 카피는 편집자가 작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 이 메세지를 쓰는 것도 편집자의 일. 그는 여기서도 직진한다. 옆자리 선배 편집자인 ‘미부’를 다그치며 그에게서 카피 짜내는 기술을 배우고자 한다. (어이, 어이, 선생님을 잘못 고른 것 아닙니까?) 하..
재독(再讀, 다시 읽기, rereading)의 유용성, “재독은 전신운동이 된다”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2015)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읽다 앞으로의 독서에 참고할 만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옮겨보았습니다(p.38~42). 오에 겐자부로는 “재독(再讀, rereading), 즉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전신운동이 된다”, 라고 하네요. (전신운동?) 책 한 권을 처음 읽을 때, 우리는 언어의 라비린스(labyrinth), 즉 미로를 헤매듯 독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한 번 더 읽을 때는 방향성을 지닌 탐구(quest)가 됩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서 그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행위로 전환되지요. 그것이 rereading, 한 번 더 읽는 까닭입니다.저는 이렇게 합니다. 한 권의 번역본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 혹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에 각각 빨강과 파랑..
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L. 글레이저, 2011) 현대 대도시의 핵심적인 역설은 장거리 연결 비용은 떨어졌지만 인접성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는 사실. 도시는 인접성, 혼잡성, 친밀성을 특징으로 한다. 도시는 기업에게 인건비, 토지비를 상쇄하는 생산성의 이점을 만들어준다.어느 나라든지 도시화와 번영 사이에는 완벽할 정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1인당 생산성, 주관적인 생활의 만족도 측면에서 그러하다. 도시의 인접성은 아이디어의 전파, 지식의 전파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도시는 소규모 기업들과 숙련된 시민들이 많을 때 번성한다. 산업의 다양성, 기업가 정신 그리고 교육은 혁신을 만들지만, 헨리 포드의 대형 아이디어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 디트로이트 모델은 도시의 쇠퇴로 이어졌다.쇠퇴하는 도시의 대표적 특징은 경제 규모에 비해 주택과 인프라가 과도하게 많다..